[新 우리동네이야기 2] '전국구' 침쟁이 할머니

2014-03-21     박주환 기자

고척2동 인근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나금순(87) 할머니의 무용담 같은 침술 이야기를 소개했다. 감기나 근육통 같은 작은 병들은 물론 학질이나 풍에 걸린 사람들도 찾아와 쾌차했다는 전언이다.

이 근방에선 만나는 어르신들마다 나 할머니에게 치료를 받았노라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었다. 할머니 침을 맞기 위해 경기도에서도 자가용을 타고 직접 찾아오기도 했고 멀리 타 지역에서 환자가 이동하기 어려워 원정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다른 의원의 의사가 침을 맞으러 찾아 올 정도였으니 그 유명세야 두 말 할 필요 없었다.

나 할머니가 침을 배웠던 건 의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환자들에게 침을 놓을라치면 그 옆에 있는 것이 좋아 침통을 들고 보조를 했다. 이를 눈여겨본 아버지는 나 할머니가 이 인근으로 시집을 온 후, 할머니에게 대나무로 만든 침을 선물했다. 손주가 아플 때 침을 놓아주라는 것이었다. 벌써 70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침을 놓기 시작하며 할머니는 정신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 보람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 많이 찾아왔었지. 방안을 다 채우고도 밖에 줄을 섰어. 그래도 돈은 안 받았어. 아픈 사람 도와주는 일인데 뭐하러 돈을 받아. 근데 돈을 안 받으니까 사람들이 계란이니, 신발이니 그런 것들을 가져오는 거야. 따져보니 그게 당시 의원비 보다 더 비싸더라고. 그래서 그때부터는 일부러 조금씩 받았어요."

나 할머니의 이런 선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할머니는 이제 아흔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무척이나 정정하시다. 주변 어르신들은 필시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복 받은 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힘들다는 자녀들의 만류로 침은 지는 근 20여 년이 다됐지만 전설처럼 전해지는 침쟁이 할머니 이야기는 아직도 이 마을 주민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 할머니의 손길에 울고 웃었던 옛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