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기획 6_수범사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인천시 동구청)

달동네 삶 기록 넘어 박물관으로

2013-12-23     구로타임즈 기획취재팀

"나에게 수도국산 달동네는 부끄럽거나 슬프거나 아픈 곳이 아니었어요. 지금의 나를 살게 하는 힘이지요."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수도국산 일대에 터 잡고 있던 수도국산 달동네. 181,500㎡(5만 5천 여 평) 규모에 3천 여 가구가 모둠살이를 하던 이곳이 지난 1998년, 개발이란 이름 아래 헐려나갔다.

현재 이곳은 아파트단지와 공원으로 변모하여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달동네를 '나를 살게 하는 힘'이라 여기는 곽현숙 씨처럼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여전히 수도국산 달동네를 그리워하며 도처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마음들 때문일까. 마을이 헐린 자리 한편에 박물관이 세워졌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은 사라져버린 달동네의 자취를 품고 1960,70년대 달동네 서민들의 삶을 '역사'로 생생하게 간직해 놓고 있다. <달동네 상점> <달동네 생활상엿보기> <달동네 삶의 편린들> <여럿이 사용하는 공간> 등 테마별로 일상적인 삶의 공간과 소재들이 그대로 놓여져 있어 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적잖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기   획_      항동의 추억,     항동의 유산

   [글 싣는 순서] 
1. 서막, 항동의 유래와 변천
 2. 항동사람, 평생을 살다 1
 3. 항동사람, 평생을 살다 2
 4. 항동사람, 오늘을 살다
 5. 항동마을  문화생태지도
 6. 항동의 꿈, 항동의 기록

 

        98년 재개발결정 뒤 공감
          시민진영·동구청 추진

 
 
지난 1998년,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된 수도국산 달동네가 헐려나가기 시작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사람들이 '달동네 역사를 박물관으로 남기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가 있어야 현재와 미래가 있는 법이니까요.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달동네를 일부나마 보존한다면 이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볼거리나 교육 자료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반문화사랑회 최정숙 이사장은 이 같은 생각을 해반문화사랑회가 주최하는 문화포럼에서 끊임없이 피력했고, 이에 공감한 인천광역시 동구청은 인천시에 '달동네'를 테마로 한 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조선시대 생활상'이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전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달동네'를 기록하기 위해 박물관을 건립하자는 조금은 황당한(?) 제안은 마침 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던 인천시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은 국비·시비·구비가 총 60억 원 투입되고 달동네 개발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지와 건물 일부를 기부채납 하는 방법으로 2045㎡(618.70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2005년 개관했다.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정자(70) 씨는 "처음에는 '누가 이런 걸 보러 여기까지 오겠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을 여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더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1일평균 방문 300명
           지역 명소로 거듭나
 
 
수도국산 달동네에서 40년을 넘게 살았다는 김 씨는 "달동네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이 쓰던 물건들을 기증해 박물관 구석구석이 꼼꼼하게 만들어졌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도 이렇게는 만들기 어렵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인천광역시 동구청에 따르면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의 하루 평균 관람객은 300명이 넘는다. 일반 지역시민들도 많지만 마을의 역사와 기록 등에 관심 있는 이들의 발길이 상당하다고 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관람객 수가 예상보다 많기는 하지만 해설사를 비롯해 1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어 성인 500원, 청소년 300원의 관람료로는 운영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박물관이 영리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만큼 구청은 그저 더 많은 분들이 수도국산 달동네의 옛 모습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을 나오다가 마주친 남기영(78) 어르신이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박물관 안에 '폐지수집가 맹태성', '연탄가게 주인 유완선', '은율솜틀집 주인 박길주', '대지이발관 주인 박정양' 같은 사람들 마네킹으로 만들어 놓은 거 봤어? 모두 내 이웃들이었어.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60년을 넘게 여기서 살았거든. 그 사람들이랑 어울려 살던 그 때가 생각나면 오늘처럼 이렇게 박물관을 찾아."

 


■   기획취재팀  김경숙·  윤용훈 · 박주환· 신승헌 기자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