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기획_사람들]마을명소 '개미슈퍼'

김영범 어르신

2013-12-09     구로타임즈 기획취재팀

김영범(67, 남) 어르신도 항동에서 태어난 토박이다. 어린 시절엔 집집마다 만들어 놓은 짚가리 사이에서 도둑놈 잡기를 밤새도록 하기도 하고, 배고프면 동치미를 훔쳐 먹고 다니던 개구쟁이였다. 김 어르신은 "그 때 놀이문화라는 게 뭐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인정이 있었다"며 "지금 예전처럼 서리를 했다가는 난리나지"라고 미소 지었다.  

김 어르신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결혼한 후에는 잠시 항동을 떠나있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다시 돌아와 마을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른바 '개미슈퍼'. 항동 안에서는 버스정류장 이름이기도 한 지역의 명소다. 개미슈퍼는 현재 항동 안쪽 마을에서는 거의 유일한 소규모 슈퍼마켓이기도 하다. 예전엔 슈퍼뿐만 아니라 미용실, 방앗간 등 여러 상점들이 있었지만 개발제한구역에 묶인 이후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름을 개미슈퍼로 결정한 이유는, 당시에 교회이름을 따서 지으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대한 반항도 있었지만, 부지런함의 상징인 개미를 따라 성실한 삶을 살려고 했던 이유가 컸다.

김 어르신은 개인적으로는 개발에 반대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동네 개발 좀 안됐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다른데 가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 가게를 새로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그런 사람이 많아.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서 보상받아서 아파트 못 들어가. 빨리 해달라는 것은 이왕할 거면 빨리 해달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