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비를 도급비로 편법운용"

계남근린공원 순환로 공사 관련 옴부즈맨 지적

2013-08-12     송희정 기자

구로구가 고척2동 고척고와 오류중을 잇는 계남근린공원 순환로 조성공사를 진행하면서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분을 메우기 위해 당초 책정해 놓은 이설비를 빼내 도급비로 편법운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구민감사옴부즈맨(이하 옴부즈맨)은 고척2동 계남근린공원 순환로 조성공사에 대한 청렴계약 감시·평가활동결과,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관련부서에 설계변경을 위한 예비비성격의 이설비 책정을 지양해줄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잦은 설계변경의 원인이 되는 부실한 실시설계를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 철저한 현장점검과 지도감독 등을 관련부서에 주문했다.

옴부즈맨에 따르면, 구청 도로과는 계남근린공원 순환로 조성공사를 진행하면서 당초 책정해 놓은 1억180여만원의 이설비를 1차 설계변경 때는 29만원, 2차 때는 1,596만원 각각 감액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3차 때는 남은 예산 8,555만원을 모두 감액시켰다. 이설비란 토목공사 진행 시 전신주나 가스관 등의 지장물을 이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감액된 이설비는 모두 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도로공사에 쓰인 도급비는 당초 책정된 4억4,996만원에서 세 차례 설계변경을 거치는 동안 무려 51.6%(2억3,213만원) 증가한 6억8,209만원으로 불어났다.

공원녹지과가 진행한 순환로 주변 조경공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차분 조경공사 때 책정한 1억1,486만원의 이설비는 설계변경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돈 역시 대부분 도급비로 전환됐다. 도급비는 당초 책정한 3억7,777만원에서 1~2차 설계변경을 통해 23.6%(8,931만원) 증가한 4억6,708만원이 됐다.

반면, 총 공사비는 도급비 증액분 등을 이설비에서 충당해서 조정한 덕에 당초 5억1,989만원에서 5억502만원으로 오히려 1,487만원 감소했다.

설계변경 시 총 공사비의 10%가 증액되면 계약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데다 부족한 도급비를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하려면 구의회 예산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예비비성격으로 미리 이설비를 잡아놓은 덕에 이를 모두 비켜간 셈이다.

차태환 옴부즈맨은 "이번 점검결과 총 공사비 대비 도로공사는 13.4%, 조경공사는 22%의 이설비를 각각 책정해 놓고 설계변경으로 인해 증액된 도급비를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처럼 편법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부적절한 이설비 책정 및 운용 관행은 지양해야 함은 물론 불가피한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증액될 때는 추가경정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옴부즈맨은 또한 이번 점검결과, 면밀한 현장조사가 뒷받침 됐다면 불필요했을 설계변경사례 등도 함께 지적하며 실시설계용역 의뢰 전과 의뢰 후 철저한 감독과 수시점검 등을 통해 설계에 완벽성이 기할 것을 관련부서에 권고하기도 했다.

관련부서는 이 같은 지적에 "관련규정상 잘못된 일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도로과 관계자는 "이설비란 지하에 무엇이 매설돼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리 포괄적으로 잡아두는 예산으로, 이미 설계 때부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서 책정하곤 한다"며 "100% 완벽한 설계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공사 도중 인근 주민들의 추가요구사항 등이 불거지기도 해 부득이하게 설계변경을 거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