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학교도서관 개방 '찔끔'

학교, 전기료 인건비 부담돼 … 속타는 학부모들

2013-07-26     송희정 기자

여름방학 기간 중 구로관내 초등학교 도서관 개방시간이 학교마다 들쭉날쭉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싸고 있다.

방학 때 아예 문을 닫는 학교가 있는가하면 일일 개방시간이 최소 2시간부터 최대 7시간까지 천차만별인 탓에 이웃의 학교와 자녀의 학교를 부러움과 불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통일된 운영규정 마련과 그에 따른 예산지원 등 관계당국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구로초등학교 온누리관 4층에 위치한 구립주민도서관. 평소 같으면 어른들이 앉았을 열람석에 초등학생 7~8명이 공책을 펴 놓고 한자공부에 열심이다. 어른 키에 맞춘 책걸상 탓에 앉은 자세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구로초 2학년이라는 한 여학생은 "3층 학교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여기로 왔다"며 "말을 하면 어른들이 눈치를 줘서 조심조심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구로초 학교도서관인 '채움터'는 올 여름방학부터 방학 중에 문을 열지 않는다. 학교 측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전기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시설복합화사업으로 건립돼 2009년 5월에 개관한 온누리관에는 학교도서관과 구립주민도서관이 함께 깃들어 있다.

전체 전기요금의 약 13%를 구로구청이 부담하고 있지만 계량기가 분리돼 있지 않은 탓에 누진세율적용으로 해마다 적지 않은 전기료를 부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를 통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왔다. 한 학부모는 "직장맘이라 통신문을 받고서 당황했다. 채움터에서 책을 읽히다 학원과 방과후 수업을 보내려 계획을 다 세웠는데 놀랐다"며 구 당국에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구로초가 전기료폭탄으로 어쩔 수 없이 학교도서관 문을 닫았다면 대부분의 학교들은 한 해 약 275일로 한정돼 있는 학교도서관 계약직 사서의 근무조건 때문에 오후 개방을 못하고 있다.

개봉초와 오류초 등은 계약직 사서가 쉬는 방학기간에 당직교사 등이 돌아가면서 평일오전 2시간씩만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천왕초와 세곡초, 덕의초 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넘어서까지 학교도서관을 개방한다. 이 학교들은 심지어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학교마다 개방시간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방학 중 학교도서관 개방의 필요성 인식에 따른 학교 인력 및 예산 운용의 차이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운영시간은 학교장 자율에 맡겨져 있다.

덕의초 관계자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다 보니 방학 중에도 아이들이 학교를 많이 찾는다"며 "때문에 학교장 방침으로 학기 초에 미리 계약직 사서의 방학 중 수당 480여만원을 학교운영위원회 의결로 학교예산에 편성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도서관의 통일된 운영규정 마련과 그에 따른 추가비용 지원을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인식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학기 초에 미리 방학 중 90일치에 대한 사서 급여를 편성해 오후까지 개방하는 반면, 일부 학교는 급여도 주지 않으면서 계약직사서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교육청이 비정규직 사서의 정규직 전환을 꾀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