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고 학습동아리 논문 펴내 '눈길'

장래전공 관련 주제선정부터 분석 작성까지

2013-04-22     송희정 기자

장래 전공분야에서 대학 학부생 수준의 논문을 발표한 고등학생들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오류고등학교(교장 조홍식, 궁동) 학습동아리 3학년생들. 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조사와 연구에 나서 생명과학, 신문방송학, 법학, 국어교육학 등 4개 전공분야에서 각 한 편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염기서열과 표현형의 관계' '제18대 대통령선거 언론보도에 대한 분석'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의 필요성' '상호에 나타난 언어실태와 의식에 관한 연구' 등 논문제목만 들어도 연구보고서에 담긴 관점과 논거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오류고 학습동아리는 작년 3월 새 학기부터 시작됐다. 자사고인 하나고와 인천하늘고의 학생논문프로젝트에 깊은 인상을 받은 조홍식 교장이 논문 작성을 위한 학습동아리 운영을 교직원회의 때 제안했고, 문과 오윤식 교사와 이과 이성민 교사가 동아리담당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일이 추진됐다.

동아리 운영비는 구로구 리딩스쿨(선도학교) 예산으로 충당했다.


 장래전공에 대한 또렷한 소신과 학업성적 등을 선발기준으로 해서 3학년 14명, 2학년 17명, 1학년 17명 등 총 48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전공 선호도조사 등을 통해 문과 3개(신문방송, 법, 국문) 분야, 이과 1개(생명과학) 분야를 정하고 이때부터 논문지도와 감수를 맡아 줄 해당분야 대학교수 섭외에 나섰다.


 전공분야 지식이 미약한 고교생들을 선뜻 맡아 줄 교수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학교 교직원들의 인맥을 총 동원하는 한편 담당교사들이 발로 뛰어다니며 거듭 부탁해야 했다.


 교수진이 섭외된 후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자리할 시간 맞추는 일이 난제로 닥쳤다. 정규시간 편성은 엄두도 못 내고 바쁜 교수들 시간에 맞춰 비정기적으로 모임이 진행됐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7~8개월이 지나는 동안 주제선정부터 현장조사, 연구, 분석, 작성까지 학생들 손으로 뼈와 살을 채운 연구보고서가 완성돼 갔다. 일련의 과정을 겪는 동안 참여 학생들은 부쩍 성장했다.

 
 3학년 1반 손진(개봉3동) 양은 "선택했던 논문주제가 헌법과 관련된 내용이라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았는데 하나의 법을 놓고서도 저자마다 해석이 달라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며 "연구논문 하나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의 양과 이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생각의 깊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3학년 5반 강현아(개봉1동) 양은 18대 대선 관련 언론보도를 분석하면서 이를 계기로 신문 정치면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3학년 6반 김우정(고척2동) 양은 국어교육학 지도교수실 책장에 꽂힌 방대한 소장도서를 목격하고 해당분야 전공자들에게 필요한 독서량의 깊이를 가늠하기도 했다.


 3학년 7반 최가을(오류2동) 양은 "우리가 생명과학분야에서 수행한 연구는 현재 전문연구진들의 연구를 통해 개인맞춤의학과 맞춤의약 신약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며 "완성한 논문책자를 다시 읽어보니 우리가 정말 이것을 썼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윤식 교사는 "타 지역 학생들에 비해 입학사정관제도에 취약하다는 평을 듣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시도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학습동아리를 이끌게 됐다"며 "전공분야를 일찌감치 정하고 관련 주제에 대해 자료 조사부터 보고서작성까지 스스로 해낸 학생들은 훗날 입학사정관 앞에서도 자신감과 적극성을 갖고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