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 특집]미리 가본 구로올레길_산림형 2코스 매봉산

봄에는 꽃터널 한여름엔 숲터널

2013-03-13     성진아 시민기자
다가올 한여름 짙푸른 숱터널을 이룰 매봉산 등산로. 나뭇가지들로  하늘이 덮여있다.

 '매봉산이야기'를 만나다
매봉산 정상에서 300여미터를 내려오면 동부골든아파트와 온수역방면으로 길이 나뉘는데, 4-5월 벚꽃이 한창 만개할 때는 올레길에서 벗어나 동부골든아파트나 잣절생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려도 좋다.

조용하면서도 꽃구경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있어 좋은 인연의 사람들과 함께 소박한 도시락을 준비하여 벚나무아래 자리를 깔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다.

6월이라면 돌아갈 때는 궁동약수터 길을 걸어보자. 붉은 산딸기가 지천이다. 이 길이 그동안 구로타임즈에 연재되었던 매봉산이야기의 주 무대이다.

 오르락내리락 "지루하지 않아요"

이제 가던 길로 돌아가서, 매봉산 정상에서 온수역방면으로 들어서면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과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팥배나무 군란지가 나온다.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은 하늘을 덮어 한여름 등산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산림형 2코스는 하나의 정상을 향해 오르기만 하는 여느 큰 산들과는 다른, 또한 밋밋한 평지만의 둘레길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것이다. 각 언덕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어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가파른 정상이 없어 위험하지도 않다.
 

매봉산 올레길이 시작하는 계단. 입구에 코스 안내판이 마련돼있다.

 꽃터널 숲터널 "벌써 국기봉?"
팥배나무군락지에서 내려와 다음 언덕에서는 찔레꽃군락지와 콩제비꽃과 아기나리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는 곳을 볼 수 있고, 그 다음 언덕에서는 궁동터널을 만나게 되는데,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는 3-4월에는 꽃터널을 한여름에는 숲터널을 연상케 해준다.

 그리고 그 언덕 꼭대기에 국기봉이 있다. 휘날리는 국기 아래로 약간의 공터가 있고,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또 일반 가게에서는 살 수 없는 건강음료를 판매하는 간이 점포가 있다. 힘들게 산에 올라 사 먹는 건강음료들이 달짝지근한 것이 맛나다. 청량음료만을 먹고 자란 아이들도 그 달달함에 쉽게 마신다.
 
 호랑이 담배필적 수렁고개
국기봉을 지나 온수역 방면으로 같은 길을 두고서 어느 표지판은 '수렁고개'를, 어느 표지판은 '온수역'을 가리키고 있다. 수렁고개는 부천시에서 온수역은 구로구에서 제작한 것이다. 아마 매봉산에 세워진 구로구와 양천구의 이정표와 같은 성격의 이정표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은 하나인데, 세 개의 지역이 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통합관리하면 좀 더 좋은 환경의 올레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렁고개는 부천시 까치울 지골과 구로구 온수동 사이에 있는 고개로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고 땅이 매우 질어서 수렁고개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골의 약수가 효험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약수를 떠가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하였다고한다. 땅이 질어서인지 눈이 녹아내려서인지 나무계단이 쓸려 내려와 있어 등산로길이 위험하다. 쓸려 내리지 않은 나무계단도 잘못 밟아 넘어질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매봉산에서 만난 산까지.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 지붕을 만들고 있다.

 까치야, 까치야 매봉까치야
작동터널을 지나 온수역 방향으로 한차례 오르막의 나무계단을 제외하고는 길이 한적하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느낌이다. 그동안의 길에서 통나무가 되었든, 잘 다듬어진 평평한 나무가 되었든 간에 발바닥에 닿는 딱딱함이 발의 피로를 더해주었다면, 이 길은 낙엽 덮인 땅의 폭신함이 발전체에 느껴진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일수록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온수힐스테이트아파트 옆길. 높은 나무위의 까치 두 마리가 시끄럽다. 한 마리가 잔가지를 물어 날아온다. 그리곤 새 둥지 안으로 쏙 들어간다. 가지를 물고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까치도 둥지 안으로 쏙 따라 들어간다.

그동안 높은 나무위의 새 둥지는 모두 천장 없는 사발모양인줄로만 알았는데 지붕이 있다. 다시 잔가지를 물고 오는 모습을 보려 한참을 서 있었지만 두 마리 모두 밖으로 날아가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지켜보는 이가 있어 못 오는가 싶어 발걸음을 돌린다.
 
 온수역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길을 따라서 흙구경, 나무구경, 까치구경을 하면서 내려오니 온수역이다. 도착하니 정오를 넘겨 12시15분이다. 10시 20분께 매봉산을 올랐으니 2시간여 하늘오솔길을 걸은 셈이다.

산림형2코스는 매봉산의 지형이 험하지 않고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등산길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도시락을 준비해 점심을 먹어도 좋다. 그러나 점심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온수역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짧게 점심식사를 하고 2코스에서 3코스로 이동하는 이정표 찾기가 계속됐다. 온수역까지는 수월하게 이동했지만 역전에 세워진 구로올레길 전체의 안내판 그 어디에도 3코스를 향한 길 안내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해맨 끝에 7호선 ①②③번출구(성공회대학, 오정초등학교, 유한공업고등학교)로 이동해야 함을 알았다.

2코스에 이어 3코스를 걸을 이들은 온수역 역사를 관통해 ①②③번 출구 쪽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둬야겠다.  

 

올레길 정보 2   대중교통 이용해서 간다면... 

▶ 한 코스가 끝날 때 마다 다음 코스로 이어지는 안내가 잘 안 되어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 3코스 마지막 지점에서 올레길 안내지도만 있지 이용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용한 대중교통에 대한 안내가 없어 불편하다.

▶ 강원도 둘레길 페스포트처럼 구로올레길도 완주 후 기념 될 만한 것을 남기면 아이들에게 좀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등산로의 이정표에 일련번호가 있다면 번호순서에 따라서 길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 구로명품 올레길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작은 팸플릿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