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특집]미리 가본 구로올레길_산림형 3코스 천왕산_

마을뒷산에서 만나는 구로의 파노라마

2013-03-13     성진아 시민기자

 

항동철길에서 추억 만들기 
이정표를 따라 경인로로 나왔는데 순간 이정표가 또 없다. 육교를 건너 오정초등학교와 동정성모유치원 사이 길로 가야 하는데 안내가 없다.

 

 
육교 위의 이정표가 육교 아래로 내려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수목원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니 다행히 산림형3코스 진입로가 보인다. 아파트 뒤로 길이 나 있어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12시 50분께 3코스 천왕산 출발지점에 섰다.

천왕산은 5분쯤 올라가면 바로 송전탑이 나온다. 그곳을 지나 기찻길 방향으로 10여분 정도 더 걸으면 옛 기찻길이 나온다.

지금이야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어릴 적 그 철길위로 철근과 석탄이 부지런히 옮겨졌더랬다. 비록 기능을 하지 못하는 철길이지만 인근 주민들이 운동 삼아 운치 있게 오가는 나들이장소이자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이름 높다. 혹 사진기를 챙겨왔다면 가족들과 추억을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에고 다리야" 꼴딱고개 오르니…
산마다 일명 '꼴딱고개'가 있다. 산림형2코스의 꼴딱고개는 평소운동량에 따라 달리 말할 수 있는데 천왕산 전망대를 향하는 길은 이름 있는 유명산들에 버금가는 꼴딱고개라 할만하다. 정상의 높이는 144m에 달하지만 그 높이까지 산길이 곧추세워져있다. 마을뒷산이라 얕잡아 봤다가는 급경사 한 중간에서 꼴딱꼴딱 숨넘어가기 쉽다. 

만일 이 꼴딱고개가 두려워 천왕산 오르길 포기한다면 억새가 심어진 담장길 풍경과 구로올레길이 한눈에 펼쳐져 있는 전망대를 만날 수 없다.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고척동 계남근린공원부터 매봉산의 유려한 능선길과 궁동, 온수동, 오류동의 풍광이 발치아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로에서 이 정도의 장관을 시야에 담을 수 있는 곳은 개웅산 정상과 함께 여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매발톱아, 올해는 꼭 만나자
전망대에서 눈요기하면서 잠시 쉬었다면 천왕이펜하우스2단지 방향으로 천천히 내려가면 된다. 오른 만큼 가파른 길을 10분여 내려가면 3코스가 끝이 난다. 내려가는 길 곳곳에 야생화가 심어져 팻말이 붙어있다. 매봉산에도 야생화가 심어져 있는데 은방울꽃이나 벌개미취, 무늬둥글레 등은 자리를 잡아 매년 피고지고를 반복하지만 매발톱꽃, 노루오줌은 환경이 안 맞는지 매년 맨땅만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이름표는 달려 있어 올해는 새잎이 나오려나 기대하게 된다.

 

울타리라도 없었더라면 꽃이 피는 곳은 어여삐 보고 꽃이 자라지 않는 곳은 그저 빈 땅이려니 생각해 피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텐데. 그렇게 환경에 맞춰 뿌리를 내리는 것만이 그 산의 식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구로마을의 특별한 선물 '올레길'
천왕산과 이펜하우스를 연결해주는 생태터널을 만난 시각이 2시10분이다. 종주의 끝이다. 산림형4코스인 개웅산 올레길까지 완공됐더라면 여정이 좀 더 길어졌을 텐데 싶어 아쉬웠다. 생태터널 공원은 잔디가 깔려져 있어 테이블과 의자가 조금 마련된다면 가족들의 소풍 공간으로 구로의 또 다른 명소가 될 수 있을 같다. 그러나 그 옆을 지나 내려오는 가파른 길은 녹아내린 눈과 함께 흙이 흘려내려 길 한쪽이 푹 꺼져 있고, 땅은 질퍽거려 걷기가 힘들다. 이 길 탓에 올레길의 좋았던 이미지가 손상될까 우려된다.

장장 4시간 30분여의 여정을 끝내고 나니 내가 걸었던 길이 다른 곳도 아닌 내 지역의 길이라는 것이 새삼 자랑스러웠다. 도심 속에서 살아가면서 한적한 공원이나 산책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구로 안에 위치한 올레길은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 특별한 선물을 앞으로도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갔으면 하는 소망 하나 바람결에 띄워본다.

 

★올레길 정보 3          마을 뒷산이라 얕보면 ...

산림형 1코스 계남근린공원 입구에서 3코스 도착지점인 천왕이펜하우스 생태터널까지는 총 4시간 30분(점심 30분 포함)이 소요된다. 총 길이 9.1㎞에 이른다. 마을뒷산이지만 걷는 양이 만만치 않고 곳곳에 오르막내리막길이 있어 등산화 착용은 필수다.

일단 산에 오르면 가게나 화장실이 따로 없기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나들이객이라면 계남근린공원과 온수역 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 좋다. 이정표에만 기대지 말고 의심 가는 길은 등산객들에게 꼭 물어보길 바란다. 대부분 경력이 오래된 트레킹 배테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