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중 담쟁이 발표회, 박수갈채 감동 눈물

생애 첫 무대에서 나를 외치다

2013-01-08     송희정 기자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달 24일 오후 구로중학교 국제관 3층 회의장. 이날 정봄이(3학년) 양과 신문규(1학년) 군이 무대에 올라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를 낭독해나가자 교사, 학생, 학부모 100여명이 자리한 객석이 숙연해진다.

이날 공연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2012학년도 학력향상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돼 '담쟁이 반'을 운영했던 구로중이 지난 1년간의 활동성과들을 모아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회의장 한 쪽에는 시그림과, 토요문화체험, 영자신문 등 담쟁이 반 학생들의 활동결과물이 담긴 작은 전시회도 마련됐다.

구로중 담쟁이 반은 평소 자신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교과활동은 물론 낭독콘서트와 연극수업 등의 비교과활동과 다양한 문화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2학년도에만 30~40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통해 학업과 학교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빛나는 꿈을 찾는 여정에 함께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시교육청 사업성과발표회에서 교육감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봄이 양과 문규 군은 그간 연극수업을 통해 다져온 자신감과 희망을 연극 '고백'으로 담담히 풀어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토피와 집단 괴롭힘 등 평소 밖으로 꺼내 놓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며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자신의 꿈을 용기 내어 외치는 '고백' 앞에서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수가 꿈인 정봄이 양은 "막상 무대에 서보니 엄청 떨렸지만 오늘 이곳에 서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무대에 올랐다"며 "속 얘기, 내 얘기를 갖고 대본도 직접 썼고, 공연도 직접 해보니 예전보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택 교장은 "담쟁이 반은 처음 어려운 단계도 있었지만 참가학생과 지도교사의 노력으로 이를 잘 넘겼고, 이후에는 학생들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져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며 "오늘 발표는 출발을 알리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우리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커다란 한 걸음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