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무능? 구청 능력?

구의회 2개 상임위 내년예산안 원안 통과 '이변'

2012-12-07     송희정 기자

 제224회 구로구의회 정례회 기간 중에 열린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내년도 구로구 살림살이(안)이 단 한 건, 단 한 푼도 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다수의 구소식통에 확인한 결과, 13일(목) 진행된 구의회 내무행정위원회(내무위)와 도시건설위원회(도시위)의 2013년 본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구 집행부가 상정한 내년 예산안이 일체의 수정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구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에 끝난 도시위와는 달리 오후 3시 20분경부터 4시 40분경까지 막판 계수조정에 나선 내무위는 의원 간 공방과 설전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상임위원회(상임위)에서 당해 연도 추경예산안이 원안 통과하거나 내무위나 도시위 한곳에서 원안 가결된 일은 있었어도 다음연도 구 살림살이 전체를 심사하면서 2개 상임위 모두 예산안에 손대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 관계자는 "자료를 보니 2005년 이후로 처음 있는 일 같다"며 "그 이전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의 경우 2012년 본 예산안을 놓고 도시위는 원안 가결했지만 내무위는 19개 항목에서 1억755만원을 늘이고, 10억7,560만원을 줄이는 계수조정을 가했다.


 다음 연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의결하는 것은 구의원들의 한 해 의정활동 가운데 첫손에 꼽힐 만큼 중요한 일이다. 평상시 의정활동과 행정사무감사, 구정질문 등도 엄격한 예산심사를 위한 준비과정일 수 있다.   
 이번 심사결과에 지역인사들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안병순 공동대표는 "내년 예산을 자세히 보면, 분명 늘려줘야 할 것도 있고, 줄여야 할 것도 있을 텐데 단 한 건의 조정내역도 없다는 것은 마음이 딴 데 가 있었거나 일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신문구독료의 경우 해마다 삭감 및 감액 요구가 있어왔고 올해도 몇몇 의원들이 문제제기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무위에서 그냥 통과시킨 것은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    


 전직 구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상임위서 단 한 건의 조정내역도 없는 이유는 구 집행부가 완벽한 예산안을 짜서가 아니라 의원들이 그간 의정활동을 충실히 안 했기 때문"이라며 "한 해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심사인데 주민에 대한 예의도 의원으로서 자존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년도 살림살이를 꼼꼼히 따지는 일은 이달 7일(금)부터 11일(화)까지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떠넘겨졌다. 홍준호 예결위원장은 "예결위에서는 구정질문을 통해 문제제기했던 초단평영화제와 신문구독료 등을 심도 있게 다뤄볼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