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4] 스웨덴 협동으로 집으로 짓다
<4>나라밖의 사례들1 _ 스웨덴 HSB 쿰파니언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은 일명 '북유럽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다. 도시 자체가 크고 작은 1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고, 이 섬들은 모두 57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11월의 스톡홀름은 낮게 드리운 잿빛 하늘 아래로 고색창연한 전통건축물과 현대식 건축물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뤘다. 우리에게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여간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를 휘감은 멜라렌(Malaren) 호수 주변에 형성된 주택단지 대부분은 푸른 녹지대에 안긴 높이 4~6층의 저층건물 일색이다.
평화롭고 깨끗한 이들 주택단지 가운데 협동조합방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있다. 집을 협동조합으로 짓는다고?. 집을 '사는 곳'보다 재테크 수단인 '사는 것'으로 인식해온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이야기이지만 이 도시에서는 지은 지 80~90년 된 집부터 지금 막 짓기 시작한 집까지 소비자가 만든 협동조합방식의 주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스웨덴 가구의 20%가 주거협동조합(이하 주택조합)으로 지어진 집에 살고 있을 정도다.
30년 가까이 스톡홀름에서 거주한 현지가이드 강희영(45) 씨는 "스웨덴에서는 주택조합을 통해 집을 장만하는 일이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며 "조카의 세례식 때 친척 어르신들이 주택조합 가입을 선물로 해주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주택조합의 역사와 조합형 주택의 속살. 이 두 가지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적임자를 만났다.
스웨덴의 대표적 주택조합인 호에스베(HSB) 스톡홀름 대표직(1997~2007)을 역임하고 현재 쿰파니언(Coompanion, 협동조합지원조직) 스웨덴 대표를 맡고 있는 군부리트 마텐손(Gun-Britt Martensson) 씨. 그녀와 남편 알네 마텐손(Arne Martensson) 씨는 1947년에 협동조합방식으로 지은 자신들의 집으로 기꺼이 공동취재단을 초대해 주었다. 남편 알네 씨는 총 439세대에 이르는 이곳 주택단지의 조합대표이기도 하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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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 탄생 배경 산업화시기 노동운동과 결합 1924년 HSB의 창설이념은 명료하다. 가난한 사람을 포함해 집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있다. 이는 창설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면 더 잘 이해된다. 스웨덴 주택조합의 기원은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복지제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19세기 후반만 해도 '유럽의 뒷골목'으로 불릴 만큼 가난했던 이 땅에서 주택조합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주택난 해결의 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