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4] 스웨덴 협동으로 집으로 짓다

<4>나라밖의 사례들1 _ 스웨덴 HSB 쿰파니언

2012-11-19     송희정 기자
협동조합방식으로 조성된 스웨덴  스톡홀름의 주택단지 전경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은 일명 '북유럽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다. 도시 자체가 크고 작은 1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고, 이 섬들은 모두 57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11월의 스톡홀름은 낮게 드리운 잿빛 하늘 아래로 고색창연한 전통건축물과 현대식 건축물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뤘다. 우리에게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여간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를 휘감은 멜라렌(Malaren) 호수 주변에 형성된 주택단지 대부분은 푸른 녹지대에 안긴 높이 4~6층의 저층건물 일색이다.


 평화롭고 깨끗한 이들 주택단지 가운데 협동조합방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있다. 집을 협동조합으로 짓는다고?. 집을 '사는 곳'보다 재테크 수단인 '사는 것'으로 인식해온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이야기이지만 이 도시에서는 지은 지 80~90년 된 집부터 지금 막 짓기 시작한 집까지 소비자가 만든 협동조합방식의 주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스웨덴 가구의 20%가 주거협동조합(이하 주택조합)으로 지어진 집에 살고 있을 정도다.


 30년 가까이 스톡홀름에서 거주한 현지가이드 강희영(45) 씨는 "스웨덴에서는 주택조합을 통해 집을 장만하는 일이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며 "조카의 세례식 때 친척 어르신들이 주택조합 가입을 선물로 해주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주택조합의 역사와 조합형 주택의 속살. 이 두 가지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적임자를 만났다.


 스웨덴의 대표적 주택조합인 호에스베(HSB) 스톡홀름 대표직(1997~2007)을 역임하고 현재 쿰파니언(Coompanion, 협동조합지원조직) 스웨덴 대표를 맡고 있는 군부리트 마텐손(Gun-Britt Martensson) 씨. 그녀와 남편 알네 마텐손(Arne Martensson) 씨는 1947년에 협동조합방식으로 지은 자신들의 집으로 기꺼이 공동취재단을 초대해 주었다. 남편 알네 씨는 총 439세대에 이르는 이곳 주택단지의 조합대표이기도 하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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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의 '언덕'쿰파니언

  

 HSB 탄생 배경

  산업화시기 노동운동과 결합

1924년 HSB의 창설이념은 명료하다. 가난한 사람을 포함해 집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있다. 이는 창설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면 더 잘 이해된다. 스웨덴 주택조합의 기원은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복지제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19세기 후반만 해도 '유럽의 뒷골목'으로 불릴 만큼 가난했던 이 땅에서 주택조합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주택난 해결의 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발전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됐다. 전쟁으로 상당수의 주택이 파괴된 데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주택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당시 주택공급을 민간건설사 등이 주도하면서 임대료 급등을 야기했고 이는 1920~23년 사이 노동자의 사회적불만을 촉발시켰다. 이런 배경으로 스웨덴의 주거권운동은 노동운동과 결합된 상태로 발전했고, 1924년 스톡홀름을 거점으로 세입자 중심의 HSB 창설을 불렀다.
 HSB는 소비자협동조합의 비영리단체로서의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건축회사이기도 하다. 또한 주택건축 외에도 주거정의를 기본으로 하는 합리적 조세정책과 주거환경정책을 제안하는 정부의 주택 관련 오랜 파트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