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혁신교육지구 사업 맞나요?

2012-11-05     성태숙 시민기자

신문은 연일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소식으로 도배를 하고 있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막 불이 붙고 있다. 교육감이 바뀌면 그 동안 진보교육감 체제 아래서 시행되어오던 서울시 교육의 방향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세간의 관심이 적지 않다. 그런데 구로구 역시 혁신교육지구 사업선정이라는 커다란 교육적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이런 서울시 교육청의 변화가 더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이미 구청 설명회도 마쳤고 예산배정도 끝난 상태에서 심지어는 남부교육청 혁신교육지구 추진위원회에 들어갈 두 명의 지역인사의 추천도 10월말로 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는 곳마다 아직도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처음부터 지역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사업 종료 시점까지 계속 오해와 혼란을 몰고 다닐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칠 길이 없다.


 잘 알려진 바대로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교육청과 대응사업이므로 우리 구도 7억 8,500만원의 예산을 '지역주민의 수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기반 사업추진'이라는 명목으로 내놓아야만 한다. 그러나 구로구의 2013년 예산사항이 어려울 것이므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혁신교육지구사업에 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존의 구청 사업들 중 혁신교육지구사업에 어울릴만한 성격의 사업들을 골라서 그 예산액으로 사업비를 갈음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론 기존의 구에서 시행하던 교육지원사업들도 큰 틀에서는 구민들의 수요와 요구를 반영한 사업들임은 틀림없겠지만, 그것이 교육을 혁신하자는 관점에서 시행된 사업은 아니란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즉 우리 구의 교육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공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며, 특히 명품교육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날 것의 욕망을 반영한 사업들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지역주민의 수요와 요구에 기반사업'의 대략 31%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총 사업비가 2억4,200만원의 특화 프로그램이다. 특화 프로그램의 세부내역을 보면 논술아카데미에 8,200만원, 영재교육원에 5,000만원, 진학취업지도 프로그램 지원에 1억1,00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술아카데미의 경우는 2012년 성적이 우수한 고2학년과 고3학년에 각각 80명씩 지원하던 것을 고1학년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하고 34%의 예산배정을 받았다.


 물론 진학취학지도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거의 45%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큰 무리가 없는 편성이라고 말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지도프로그램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진로지도나 진학지도를 위해 관내 11개 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란 점을 고려해보면 상황이 무언가 석연치 않다.


 마찬가지로 중2~3학년 일부 영재학생들을 선발하여 세종과학고에서 영재수업을 실시하는데 5,000만원의 예산을 쓰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21%의 예산을 쓰고 있으므로 결국은 영재 중학생과 우수한 고등학생들의 지원에만 55%의 예산이 소요되는 꼴이 된다. 10%도 안 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절반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고 그 나머지 예산으로 전체 고등학생들의 진로지도와 취업지도를 위한 예산으로 배정한 것은 아무래도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처사라 할 것이다.


 하물며 이 예산이 일반적인 교육지원예산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형평성의 문제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그것이 버젓이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이름을 걸고 그 예산안으로 편성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하는 혁신교육지구의 성격에 철저히 위배되는 예산안이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함께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수행하는 금천구와 비교해보아도 교육에 대한 관점이 부족한 것이 너무 여실하다.


 혁신적 관점까지는 바라지 않겠지만 최소한 교육적 관점은 견지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야만 혁신교육지구는 아니라도 최소한 구로구교육지구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밤도 걱정스럽게 사업안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