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 언제 그 시장으로!

오류시장 안 떡집_ 김영동 서효숙 부부

2012-07-02     성진아 시민기자

 # "첫눈에 반해서"
 20대 후반 오류시장으로 들어오게 된 김영동(59)사장님은 "70~80년대는 오류시장이 한창 번창할 때였어. 지금은 허물어 막아 버렸지만, 이층에는 액세서리가게, 그릇가게, 이불가게등 혼수용품점들이 많았지. 그리고 3층엔 오류시장 사무실이 있었고"라며 지금과 달랐던 한창때를 신이나 들려주신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에는 상가 번영회 사람들과 버스를 대절해 관광을 즐기기도 했단다. 무려 4대나 되는 관광버스를 빌려서. 그 당시 오류시장이 얼마나 번화했는지 알 것 같다.


 김영동 사장은 그 시절 지금의 아내를 친구 소개로 만났다. "첫눈에 이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으면 노총각으로 늙어 죽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죽기 살기로 결혼해달라고 했지. 이 사람이 나의 은인이야"라는 사장님의 말씀과 달리 "지금은 후회하지. 왜 결혼했나하고요. (미소를 지으며) 빚만 잔뜩 있는 총각한테 시집와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발 뻗어 누우면 발끝과 머리끝이 벽에 닿는 작은 방에서 남자아이 둘을 낳아 키웠지요"라며 두 부부는 옥신각신한다. 그 모습이 오랜 신뢰에서 만들어진 말놀이 같아서 보기 좋다.


 오류시장의 번성과 부부의 부지런함으로 그 많던 빚을 다 갚고 지금의 가게도 얻었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성장해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그 중 한명은 군복무중이란다.
 
 # 떡집을 이용해보니
 오류동 토박이 김현주(41. 오류동)씨는 오랜 전부터 이곳을 애용해왔다. "시할머니가 이 집 떡을 좋아하셨어요. 아이들도 좋아했고요." 그러나 오류시장 재개발을 둘러싸고 시장이 황폐해져가면서 2~3년 시장을 찾지 않다가 근래 들어 다시 떡집을 찾았다는 김현주씨는 "지인들이 맛있다고 건네주시는 떡들이 알고 보면 다 이곳 떡이에요. 떡이 찰지면서 달지 않아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에요. 또 색소가 아닌 천연재료로 색과 맛을 내어서 건강에도 좋고요. 어떤 떡을 사야할지 몰라 서성이면 작업중인 떡을 뚝 떼어 맛보라며 주시기도 해요"라며 떡집의 넉넉한 인심까지 전해주었다.


 시장 안을 처음 들어 와봤다는 문유경(36. 오류동 텃골)씨는 "'유전자변형 가능성 없음'이라는 알림판을 보고 GMO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반가웠다"고 말한다. "제품에 믿음이 가더라고요. 가게가 깨끗해서 재래시장하면 약간의 지저분함은 어쩔 수 없다는 편견을 버리게 되었어요. 이제 오류시장을 자주 들려야 할것 같아요"라며 떡집에 대해 나름의 평을 해주었다.
 
 # 우리의 작은 소망
 오류시장은 재개발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동안 소유주가 몇 차례 바뀌는 과정속에서 나날이 쇠퇴의 길로 들어 갔다. 그 과정에서 시장 안 상인들은 일터를 잃었고, 지역주민들은 원활한 경제생활의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다. 지금은 개인소유지에서 영업중인 몇몇 점포가 예전 오류시장의 명맥을 이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올해 초 소방도로 폐쇄조치에 대한 철회(본지443호 게재)와 같은 (주)오류시장과의 마찰로 녹록치는 않았다고 한다.


 김영동 사장은 "번듯한 개발을 원하지도 않아요. 그저 예전 시장처럼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져 시장 기능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나, 돈 더 벌어야 돼요. 장가를 늦게 가서 아이들이 이제 대학생인데…. 대학까지는 보내줘야 할 것 아니에요. 그저 지금의 떡집처럼 사람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이 되는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떡집 김영동 사장의 소박한 소망이다.


 이분들의 소망이 어쩌면 우리 마을의 소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