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여성]다문화가정 봉사하는 우싸우뎅씨

"시혜적 정책 아닌 시민정책 시급"

2012-05-29     성진아 시민기자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단절되어 서로에 대한 신뢰보다는 기대만이 팽배해진 요즘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모니카가 떴다'라는 인형만들기 동아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족이 함께 인형을 손수제작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좋은 시간을 만들고 있다.


 동아리 운영에 대한 멘토는 작년 오류초등학교 도서실에서 다문화수업을 이끌어 주던 우싸우뎅씨다. Talk to me 회원인 그녀는 "동아리에서 만들어진 인형은 기증받아 판매를 하고 그 수익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고 있다"며 활동을 통해서 소원해진 부모자식의 관계를 회복하고, 기증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동아리를 늘리고 있다며 요즘 근황에 대해 말해주었다.


 Talk to me는 몇 해전 다문화가정센터에서 인형만들기 강좌가 끝나고 서로의 말벗이 궁했던 몇몇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들에게는 말벗도 필요했지만 한국생활에서의 정확한 정보도 절실했다. 그래서 모임의 절반은 한국사람이다.


 1년간의 친목모임에서 그들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계획을 했다. 그 첫 번째 성과는 작년 5월 다문화어린이들에게 인형을 나누어준 것이다. 올해는 인형판매 수입금으로 다문화가정이 아닌 외국인부부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 정착하려는 외국인가정에 멘토, 멘티의 관계가 되어 도움을 주기 위한 행사"라고 말했다.


 어릴 적 동네깡패로 불리울 만큼 개구졌다는 그녀는 공부밖에 몰라 샌님과도 같은 오빠와 남동생과는 다르게 성인이 된 이후 부모님의 걱정을 등에 울러 매고 배낭여행을 즐겼다. 그러던 중 한국대사관에 있던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태국 친정식구들의 적잖은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식을 올려 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친정식구와는 다르게 시댁식구들은 그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둥지가 되어 주었다.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녀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혹은 문화가 달라서 곤혹을 치르는 태국사람들을 대변해주고,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도 일 년에 대 여섯차례의 제사를 손수 챙기고, 시아버지를 모시는 보기 드문 효부이기도 하다.


 한국에 와서 다민족사람들을 위로해주고, 그들의 자활을 돕는 정책이 각 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적극적인 관심이란다. 너무 적극적 관심이여서 일까? 그녀는 아쉬운 점도 토로한다. 센터의 교육도 사회적 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릇. 빵 관련한 드라마가 유행이면 제빵교육이, 커피관련 드라마가 유행이면 바리스타교육이 센타마다 생겨난다. 그렇다보니 각 센터에서는 수강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각종 선물을 내걸기도 한단다.


 문제는 이런 시혜적인 운영으로 인한 다민족사람들의 의식이 삐뚤어져간다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이니까 가만히 있으면 도와주러 올꺼야.'혹은 '이곳에 가입하면 뭘주나요?'식의 의식을 갖게 된다"고 그녀는 현실속의 다민족사람들을 이야기하며 "다민족사람들을 위해 관심 가져주고, 도와주려는 것은 무척 고맙다. 그러나 미래는 더 많은 다민족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텐데 이러한 시혜로 인해 스스로 가진 재능을 소멸시켜가면서 자립이 아닌 의존을 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면 미래사회에서 이보다 무서운 것이 또 있겠는가?"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하였다.


 그녀는 교육에서 자격증취득, 창업 혹은 취직, 사후의 멘토역할까지 연결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며 "영화에서 늘 보여주듯이 노랑머리에 파란 눈은 잘살고, 갈색 눈에 검은 피부는 못산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베풀기 식의 정책은 분명 잘못되었다. 이웃이 되기 위해서 온 다민족사람들에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10년 전과는 달리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흘깃흘깃 쳐다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유독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에게 묻곤 한다. "너희 엄마 맞아? 어느나라에서 왔어?"라고.


 우싸우뎅씨는 사람들이 왜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를 궁금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한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웃이 되고자 하는 한명의 사람 인것을. 그래서 그녀는 "나를 둘러싼 수많은 수식어를 다 빼고 당신앞에 있는 한사람으로써 나를 바라봐주고 알아가주기를 바란다"며 출신국가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해준단다.


 "오류동에 살아요. 구로구에서 왔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