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터뷰] 이인영 당선자 (민주통합당, 구로갑)

"과분한 기대...더 낮은 자세로"

2012-04-30     송희정 기자

 "더 낮아지겠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당선자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이 당선자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쁨 대신 "더 낮아지고 가라앉아지려 한다. 다시 하방정치를 시작하려 한다"는 다짐의 말을 전했다. 초발심으로 돌아가 아래에 임하겠다는 현장밀착형 리더십이 향후 어떤 행보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 당선자와의 인터뷰 약속잡기는 쉽지 않았다. 선거유세 강행군으로 악화된 목 상태 때문이다. 총선 이후 불거진 당 현안들 챙기랴, 골목골목 당선인사 다니랴, 그의 목은 쉴 틈이 없어보였다. 이번 인터뷰 역시 중앙방송사와 일간지 등의 인터뷰를 대거 보류한 상황에서 당사자 측의 배려로 어렵사리 성사됐다.


 이 당선자는 지난 4월 25일 오후 개봉동에 소재한 지역사무실에서 가진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인터뷰에서 지역과 중앙의 이슈들에 대해 차분하고 낮은 어조로 담담히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이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4년 준비했고 당선되셨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고진감래다. 중앙정치로의 복귀는 1년6개월 전에 이미 했었다. 오히려 지금은 더 낮아지고 가라앉아지려 한다. 다시 하방(下放)정치를 시작하려 한다.


 ▷ 4월 11일 개표일 밤 12시를 넘어 선거사무실에 오셨다. 많은 이들이 개표현황을 지켜보며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이겼다'란 생각이 든 게 언제쯤이었나= 수궁동 (개표가) 넘어가면서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 그날 당선인사에서 "그간 선거과정에서 원을 다 풀었다"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이번에 떨어지면 한 지역에서 세 번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정치는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리 준비도 많이 했고, 하고 싶었던 것들도 많이 했다.
 
 ■ 총선 승리의 요인을 무엇이라 보나= MB에 대한 실망이 컸다. 서민경제가 굉장히 안 좋아졌다. 그 다음으로는, 당 최고위원이 되면서 이인영은 좀 키워봐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기대들이 지역 안에 있었다.  선거결과 당 지지율도 엎었다. 정당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과장하면 30년만에 처음일 수도 있다. 흐름이 바뀌었다. 앞으로 계속 그럴 것 같다.


 ▷ 4년 전과 비교해 선거결과가 매우 재미있다. 오류2동의 경우 4년 전에는 921표차로 졌는데 1,541표차로 이겼다. 수궁동은 831표차였던 것을 71표차로 줄였다. 지역에서 유효했던 선거 전략이 있었다면= 미리미리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놨었다(웃음). 큰 흐름을 타고 있었기에 진심을 갖고 얘기하니까 많이 돌아오더라. 지역을 등한히 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과거 양대웅 구청장이 지역 내 공식행사를 장악했을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당시 생각했던 것이 생활체육클럽과 등산모임이었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만나고 다녔다. 민심과 바닥에 제일 많이 접해 있었다.

 ■ 지역은 승리를 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민주통합당의 실패다= 지역선거에 묶이면서 당 선거 전략을 지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치렀던 주요 선거의 야전사령관이 다 저였다. 실전감각이 제일 높은 사람인데 지역에 묶이면서 못 썼다. 전체적인 승리를 이루는 데 역할을 못해 후회된다.


 ▷ 중앙에서 역할을 했더라면 민주통합당의 공천과정이나 MB심판에 대한 이슈 등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뜻인가=  과대평가해서, 그렇다. 제 감각하고는 다르게 선거가 치러졌다. 최고위원으로서 틀어쥐면 쥘 수 있었던 문제인데 못했다. 마지막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만에 하나 지역에서 진보신당의 표가 확장되면 치명적일 수 있어 그랬다. 가까운 곳에서 지지유세 와달라는 것도 못 갔다.
 

   ▷ 당선되는데 야권연대가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보나= 진보신당이 후보를 냈으니 꼭 야권연대라고 볼 수 없다. 여긴 중복이 있었다.


 ▷ 진보신당 측과 야권연대 관련 물밑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에게 직접 얘기해봤다. 진보신당도 단일화테이블에 참여시켜야한다는 것이 제 입장이었다. 진보신당도 들어오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수도권에서 다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많이 다치지 않았나.
 
 ■ 선거유세 때 서울시장, 대통령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출마하는가= 이번에 당선 돼야지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웃음).


 ▷ 말대로 당선되지 않았나= 당선됐으니 잘 하면 그런 기회도 올 수 있지 않겠는가.


 ▷ 향후 5월 원내대표선출이 있고, 6월 전당대회가 있다. 486그룹에선 우상호 의원을 지도부 쪽에 밀고 차기 대권주자로 이 의원을 추대한다는 얘기가 있다= 꼭 그런 건 아니다. 계속 위만 쳐다보고 올라가는 건 힘든 일이다. 인정받았을 때 다시 낮추고 내공을 쌓고, 내면을 키워야한다. 그 과정을 거친 다음에 도전하고 키워갈 수 있다.


 ■ 앞으로 공고히 쌓아가야 할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서 '하방정치'라 했는데 지역과의 밀착, 현장과의 밀착인가= 둘 다 더해야 한다. 또한 경륜과 방책이 있어야 한다. 선거에는 능할지 몰라도 치세에 필요한 경륜과 방책을 잘 알지는 못하다. 경제가 중요한데, 사회적 시장경제 등에 대한 발상과 생각은 남보다 앞서는데 실제로 지금의 시장경제 작동 룰이나 툴을 어떻게 바꿔서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부족하다 .


 ▷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안적 시장경제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이 두 가지는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원래 복지까지 해서 세 가지를 꼽았는데 복지는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박근혜 의원도 복지를 얘기한다. 다만 그 모델은 위험하다. 원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거기에 기초서비스를 얹어야 하는데 기본서비스를 밑에 깔고 거기다가 소득보장체계를 얹었다. 거꾸로 설계했다.
 

▷ 대통령의 리더십이 있다면, 지역 국회의원의 리더십도 있다=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5년, 10년 후 안목을 갖고 일해야 한다. 안 그러면 리더십이 민원처리로 국한된다. 잘못하면 국회의원이 시·구의원 성과까지 가로채게 된다. 얌체정치다. 이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

 ▷ 그렇다면 당선자가 갖고 있는 지역의 5년 후 10년 후 안목은 무엇인가=
어쨌든 전철을 지하로 넣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여기에 작동시켜야 한다. 단절된 것을 통하게 한 다음에 새로운 도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 말씀하신, 지하철1호선 지하화 관련 민간투자 끌어들이고 국비와 지방정부 일부부담으로 한다 했는데 일각에선 결국 개발 아니냐, 특히 민간투자 유치했을 때 공공시설이 얼마나 들어올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다 민간에게 줄 이유는 없다. 더 많은 부분들은 사람중심의 도시모델을 만드는 데 쓸 것이다. 여기 (남부교정시설) 고척동 이적지는 수익모델중심이지 사람중심이 아니다. 전철 지하화가 토목일 수는 있지만 토목지상주의와는 다르다.


 ▷ 고척동 이적지 개발에 대해 언급했는데 당선자님 말대로 잘못된 개발이라면 되돌릴 방법은 없는가= 지금은 불가능하다. 5,000억이라는 투자비를 뽑아낼 방법이 없을 거다.
  

▷ 고척동 이적지 개발 관련 이범래 후보 측이 선거 공보물 등에 위탁고도 '해제', '해결'이라고 명시한 것과 관련해 선관위에 이의제기했던데= 사실이면 좋은 거다. 반대할 이유 없다. 어디까지가 사실로 인정되고, 어디까지가 사실로 인정 안 되는 건지 확인하려 했던 거다.

 ■ 19대 국회에서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는= 이번에는 경제파트 쪽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 끝으로, 구로(갑) 주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과분한 기대를 주셨다. 정치가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일하고 보답하겠다. 가볍게 처신하거나 어깨에 힘주지 않고, 겸손하게 낮은 곳에서 섬기면서 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