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당선자 인터뷰] 박영선 의원 "지역 바짝 더 챙기겠습니다"

3선 중진급의원으로 날개..."원내대표 출마 진지하게 고민중"

2012-04-23     김경숙 기자

 4. 11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꼭 일주일만이던 지난 18일 오후 3시 두번 연속 구로(을)지역구의원으로 '당선'의 기쁨을 안은 박영선 국회의원을 만났다. 고대 구로병원 사거리에 소재한 지역사무실에서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인터뷰 내내 박 의원은 피로가 풀리지 않은 기색임에도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지역의원으로서 더욱 깊어진 고민과 책임감, 지역유권자에 대한 약속을 차곡차곡 담아 전달했다.


 당선소감을 묻자 " 좋다기 보다, 어깨가 더 많이 무거워졌다"는 묵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역이 안은 문제들을 향후 4년 안에 풀어야 한다는 고민과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61.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구로(을)지역구를 확실히 찍고 3선 중진급 의원으로 더 큰 날개를 달게 된 박의원은 구로(을)을 "축복받은 지역구"라고 말했다. "할 일이 많아서, (국회의원이) 애정과 열정을 가지면 그것이 표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 당 대표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쁜 중앙정치 활동으로 지역정치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소홀함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지난 4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지역을 더 열심히 챙기려 한다"고 다부진 의지를 밝혔다.


 구로(을)은 박의원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치를 떠나려했던 4년전 당선시켜주면서 인생을 바꿔준 곳, 그래서 정치를 떠나면 헌신적으로 봉사할 곳이며 안식처라고 그는 말했다. 다음은 박영선 의원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 총선 이후  유세차량을 타고 며칠동안 당선 인사를 하시던데요.
 좀 꼼꼼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정식 선거기간동안 민간인사찰문제로 반나절을 국회에 있고, 간혹 지원유세 나가면서 지역을 많이 비워 마음껏 지역선거운동을 못했어요. 그래서 감사인사라도 많이 다녀야겠다는 마음에서요.
 
 ■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많이 축하해주세요.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 민주통합당이 잘 못했잖아요. 새누리당의 의석이 더 많아진 것에 대해 분노하시는 분도 있고 그래요.


 ▷ 민주통합당이 잘 못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잘 못했지요. 공천문제도 막판 이슈관리도 잘 못했어요. 예를 들면 민간인사찰문제가 MB심판과 응징의 상징이었다면 그에 대한 대안도 내놓았어야 했어요. 서민경제 파탄부분도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줄 정책이나 그에 상응하는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약했다고 봅니다.


 ▷ 지역적 관점에서 보면 심판론과 중앙공약에 치우쳐, 지역고민을 담은 공약이 많이 약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럴 수 있겠네요. 후보가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했는데, 듣다보니 당에서 전략적으로 지역특성에 맞는 전략을 내놓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 당선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번에는 뭐랄까. 당선이 돼서 좋다기 보다,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고나 할까요. 우리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앞으로 4년 안에 풀어야 되는데 이게 과연 잘 될까 하는 걱정이 더 많아요.


 ▷ '잘 될까'라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예를 들면 지역현안 중 재개발 관련된 것이 많은데 주민의견이 서로 달라서 조정하기가 참 힘들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 바구니에 담아내느냐가 가장 고민이죠.
 
 ■ 이번 선거에서 61.9%로, 민주통합당 후보 중 수도권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60%가 넘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어요. 지난 4년 동안 공정사회를 위한 검찰개혁, 골목상권 중소기업위한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는 제 테마에 대한 공감대형성이 많이 돼있고,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지역에서는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 것도 있고요. 국회의원이 하는 역할은 예산을 확보해 구청에 주는 것인데, 다른 의원들에 비해 뒤지지 않게 했어요. 단지 지역의 큰 현안인 기지창이전과 가리봉재개발이….


 ▷ 구로1동 기지창이전과 가리봉개발은 이번 선거공약은 아니지만 박 의원님의 4년 전 공약이고, 지역 최대현안이라 관심을 놓지 않으실텐데 향후 추진계획은.
 둘 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이미 많이 가 있습니다. 기지창이전은 10단계가 있다면 3단계정도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이전을 어렵게 했던 기지창 받을 곳은 찾았는데, 여기서 조건을 내거니까 기획재정부에서 올해 경제적 타당성조사를 할 것이고, 그것만 되면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가리봉개발은 주민의견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광역개발방식에서 부분개발방식으로 전면 재검토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시범적으로 어느 한 부분을 고쳐놓고 또 그 다음 단계로 가는 단계적 접근으로요. 주민의견이 조정되기를 기다리면 하세월이라, 그동안 지역은 낙후되고 손해 보는 사람은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빨리 주민총회를 열어 어느 길로 갈지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구로구가 구로(갑)과(을) 2개 선거구로 분리된 이후, 구로(을) 최초의 연임 국회의원이 된 것인데, 알고 있으셨는지요?
 예. 그런 역사를 아는 분들 사이에서 제가 재선이 될 것인지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었어요. 감사한 일이죠. 국회의원 개인으로 볼 때 구로(을)이란 지역구는 축복받은 지역구입니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자기가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으면, 그것이 표가 나기 때문입니다. 또 주택가만 있는 게 아니라 디지털단지가 있다는 점도요. 디지털단지 유동인구가 약15만명입니다. 10명중 7명이 거주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세를 자주 갔어요. 3명의 주민도 있지만 서울시 전체에 주는 파급효과도 있잖아요. 그 곳에 가면 심장이 뜁니다. 또 신도림동의 눈에 띄는 변화도 다른 사람들이 놀라고 부러워하는 측면이 있고요. 그래서 이곳에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 이번 선거운동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지역선거운동만큼 중요한 게 민간인사찰 문제였는데,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된 게 있었는데, 교묘하게 청와대가 선거에 악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란 무엇인가, 이 정권의 도덕성에 대해 굉장히 절망했어요. 지역에서는 (상대후보의) 네거티브에 씁쓸했죠. 얘기할 것은 많았지만, 선거과정이고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 유권자들사이에서 네거티브에 대한 반감도 있었지만, 해명해도 이해될 수 있을텐데라는 지적도 있었다.
 자꾸 얘기한다는 게 가족한테 미안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일이 시작된 게 미국 특파원으로 갔다가 결혼하고, 결혼한 사람이 이민 온 사람이고… 이렇게 진행된 거라 시시콜콜히 가족사를 얘기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사람들이 들으면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를 해요. 한번은 아이가 전화로 '엄마는 내가 없었으면 참 편했겠다'고 말해 많이 울었어요. 그 후부터는 (가족) 얘기를 하고 싶지 않더군요. 해서 안 되는 일을 했던 것도 아니고요.
 
 ■ 가장 애착이 가는 공약 두가지는.
 4년 뒤 점검해야 하는 것이라 신경을 썼고, 할 수 있는 공약만 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더 있었는데 제가 뺐어요(웃음). 해낼수 있는 공약중 애착이 가는 것이라면 기지창이전과 걷고싶은거리입니다. 다른 공약들은 예산 등이 확보돼 있어 점검만 하면 됩니다.
 
 ■ 총선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사퇴한 이후,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이번에 당대표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원내대표로 나가라고 하는데,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  중앙정치활동으로 인해 지역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소원해질 것에 대한 지역유권자들의 우려가 있는데.
 지난 4년간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 펼쳐놓았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또 계속 추진하면서 앞으로 4년간 지역을  바짝  챙기려고 해요. 저 혼자 이리저리 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모든분들이 합심해서 염원을 해야 됩니다.  정말입니다.
 
 ■ 지역정치가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민주통합당 한쪽 당으로 쏠려, 견제할 정치권력 부재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 비판을 받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지요.
 
 ■ 19대 국회에서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는
 법사위입니다. 제가 경제관련 법에 관심이 많은데 모든 법들이 다 거쳐 가는 곳이라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구로을'이란 지역구는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면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4년 전 구로에 오기 정치를 안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이곳에 오게 됐어요. 그때 당선될 수 있을까보다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며 왔는데, 당선시켜주신 겁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그 때 당선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했고요. 우리 애아빠도 저도 나중에 은퇴해서 봉사할 곳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구로는 그런 안식처 같은 곳입니다. 나중에 정치를 안하게 될 때, 지역주민을 위해 진짜 봉사를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