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참여예산위 예산편성(안) 설명회를 다녀와서

2011-11-15     조진희(구로구주민참여예산위원)

 시작 시간보다 20분 늦어 급히 구로구청 강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난 상반기부터 진행된 주민참여예산제의 지역위원회와 분과위원회가 끝나고 어떻게 예산안이 짜여 졌는지 설명하는 순서가 진행되기 바로 전이었다.


 그러나 설명을 맡은 기획예산과장은 유머라며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것은?", "노숙자가 제일 싫어하는 신문은?"이라는 문제를 냈다. 정답은 노래방 도우미, J일보(길이가 짧아서) 등이었는데 내가 당사자가 아님에도 매우 불쾌했다.


 그는 또 예산안 설명하고 질의를 받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백수를 이르는 유머 아세요?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이런 건 받아 적으세요!"라면서 또 실업자들을 웃음거리로 삼았다.


 준비된 파워포인트는 형식적으로 언급하고 지나갔다. 구로구 각 동과 6개 분과에서 토론한 내용들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토론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은 준비된 설명을 마치는 것으로 설명회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 위원이 질의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질의는 연락처가 있으니 그곳으로 하라"고 말했다.


 구청 강당을 메운 위원들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유머 시리즈나 들으려고 일과가 다 끝나지도 않은 4시에 바쁘게 모였는가? 정말 화가 났다. 참여예산의 취지대로 2년간 위촉된 위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자 질의도 하고 토론도 하고 싶은데 구청 직원들은 바쁘게 자리를 정리했다.


 더구나 내가 속한 행정지원분과에서 제안한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도 않았고 특히 문제가 되었던 5억원짜리 사업은 심도 깊은 평가를 거쳐 제고해야 한다는 위원회 회의 결과를 아예 무시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들의 우선순위만 정하는 것이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이 할 일이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 구청 관계자들도 힘이 들고 초과근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0명이나 되는 각계각층의 예산위원들이 몇 개월에 걸쳐 토론한 것을 무시한 것은 이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이다. 게다가 이 제도를 앞서 연착륙시켜야 할 기획예산과장의 행태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실망스러운 설명회가 끝나고 몇몇 위원들이 항의하는 자리를 뒤로 하고 나오니 벌써 어둑한 밤이 되었다. 구로구청의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과정과 결과 또한 어두움이 드리워진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