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91] 아이기질과 공부

2011-09-13     강상구 시민기자

 "오늘 미루가 엉엉 울었어."
 "왜?"


 저녁 늦게 퇴근했습니다. 미루는 잠들어 있습니다. 미루 엄마는, 저녁밥 먹고 미루랑 노는 데 미루가 한참 울었다면서 얘기를 꺼냈습니다.


 "글씨를 쓰는 데 'ㄹ'을 거꾸로 썼길래 말해줬거든? 근데 갑자기 엉엉 우는 거야."
 "그래? 왜 그러는 거래?"


 어린이집에서 국어 공부를 하는 데 미루 얘기로는 자기가 늘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또 틀린 걸 지적하니까 "너무 힘들어" 하면서 울더랍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도 미루가 저한테 "아빠 국어는 너무 힘들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흘려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미루 엄마와 진지하게 상의를 했습니다. 그냥 신나게 놀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다른 부모님들이 워낙 아이들에게 공부 시킬 것을 원하니까 할 수 없이 국어와 수학 학습지를 합니다. 미루도 공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이상과 현실의 충돌입니다.


 게다가 자기가 뭘 잘 못해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경쟁심이 발동해서 기어이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건 기질이 그런 것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잘 관찰하고 기질에 맞게 아이를 도와줘야 합니다.


 "근데 미루는 자기가 만날 틀리니까 스트레스 받나봐. 아까 얼마나 한참을 울던지 정말 불쌍하더라니까."
 미루 엄마 말이 계속 이어집니다. "미루가 글자에 관심이 없으면 몰라도 관심을 보이잖아. 그리고 그 동안은 주로 통문자로 글씨를 익혔는데 어린이집에서 기역, 니은, 디귿 이런 걸 외우고 쓰라고 하니까 힘든가봐.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그 때까지 스트레스가 너무 크니까 집에서 조금만 가르치자. 미루는 자기가 못 하는 걸 잘 못 참는 기질 같애."


 결국 미루 기질을 감안해서 집에서 몇 가지만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우리 애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좋은 건 아니고 사실 그런 욕심도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아이들을 내모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크니까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를 가르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일단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가르치는 문화 자체가 없다면 그리고 그런 문화를 강제한 사회 분위기가 없다면 아이들은 그냥 신나게 뛰어놀면서 잘 자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아이 기질까지 감안하면서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안 시켜도 되는지 등등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래저래 기분은 별로 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