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교정시설 이전 왜 연기되나

4월-6월-10월로... '개웅산 레이더기지 이전'여부가 관건

2011-06-20     송희정 기자

 "풀리면 일순간 확 풀리고, 안 풀리면 한도 끝도 없다."


 최근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구로'갑'지역의 최대 현안을 놓고 한숨과 함께 토해낸 말이다. 꼬일 대로 꼬인 이 매듭의 실체는 바로 남부교도소·구치소(옛  영등포교정시설) 이전사업이다.


 고척동과 개봉동 일대 주민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고척동 남부교도소·구치소의 이전 시점이 넉 달 전에는 4월이었다가, 두 달 전에는 6월로 예고된 데 이어 최근 구로구 관계자들의 입을 빌면 오는 9~10월경으로 점쳐지고 있다. 첫 예고 시점으로부터 무려 5~6개월이나 늦춰진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로 물리고 물린 많은 문제를 풀어야 가능한데 그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라는 것이 구청 공무원들이 '군사기밀'이라며 쉬쉬하는 '개웅산 레이더기지 이전'이라는 게 그들의 지적이다.
 
 본격 이전은 9~10월경
 구로구는 조만간 고척동과 개봉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고척동 남부교도소·구치소 이전사업의 현 단계와 앞으로의 추진계획 등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작성해 배포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안내문에는 이달 중 천왕동 교정시설 신축사업을 끝내고, 2~3개월간 시스템 점검 및 시뮬레이션 가동을 거친 다음, 고척동 남부교도소·구치소의 이전을 9~10월경 본격 추진한다는 추진계획 등이 담기게 된다.


 구는 이달 중으로 법무부와 공동으로 감정평가사 2곳을 추천해 오는 7~9월 사이에 천왕동 신축 교정시설과 고척동 이적지에 대한 감정평가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구로구와 법무부 간, 구로구와 LH공사 간 합의각서에 따른 정산작업(교환절차)을 추진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천왕동 신축교정시설은 공사비와 땅값 등 원가평가방식으로, 고척동 이적지는 부동산 물건에 대한 실질평가방식으로  감정평가가 이뤄진다"며 "이를 통해 구로구와 법무부는 천왕동 신축교정시설 평가액과 고척동 이적지 평가액 간의 차이를 정산하고, 이후 구로구는 LH공사가 신축 교정시설에 기 투자한 비용을 물건으로 변제해주는 절차를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레이더기지●위탁고도●교환
 꼬이고 꼬인 난제들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풀이하면, 법무부는 LH공사가 돈을 투자해 건립한 천왕동 신축 교정시설로 남부교도소·구치소를 옮기고, 대신 자신들의 소유였던 고척동 땅을 LH공사에 넘겨주게 된다는 뜻이다. 맞교환인 셈이다.


 이는 구로구와 법무부 간, 구로구와 LH공사 간 합의각서를 체결했던 2007년만 해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6·2지방선거를 3~4개월여 앞두고 구로'갑'지역의 '82m 위탁고도(대공방어협조구역)' 문제가 불거지면서 쉽게 풀릴 것만 같았던 교환절차는 '진퇴양난'에 빠져들었다.


 수도방위사령부가 양보해서 최대 98m(약 30층)까지 위탁고도를 상향조정한다 해도 고척동 이적지 복합개발사업은 수익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 LH공사는 당초 이곳에 45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위탁고도가 전제된 가운데 감정평가와 재산정산은 법무부도 LH공사도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천왕동 신축 교정시설에 투입된 사업비는 총 4,7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고척동 이적지 97,152㎡(약 3만평)을 이 금액으로 산출하면 적어도 ㎡당 500만원(평당 약 1,600만원)은 책정돼야 차액 발생 없이 맞교환이 가능해진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이곳의 평균 땅값은 평당 1,200~1,300만원선이다. 법무부와 구로구 간 정산 시에 1,000억원 가까운 차액이 발생하게 된다는 항간의 소문은 단순 계산기만 두드려 봐도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차액 발생 시 정산 방식은?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기관끼리의 합의사항이라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방부 "왜 우리가?" 난색
 앞서 밝힌 대로, 꼬이고 꼬인 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바로 82m 위탁고도의 원인 제공처인 개웅산 레이더기지의 이전에 있다. 하지만 이야말로 해법의 열쇠인 동시에 최대 장애물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방부 예산에 레이더기지 이전용역비 3억원이 책정됐지만 이 3억원 뒤에는 이전사업비 300억원이 숨어있다 보니 국방부도 쉽게 용역발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지자체 사업을 위한 레이더기지 이전은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서 추진해야하는데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국가적 대의명분이 없는 일에 대공작전용 군사시설인 레이더기지 이전을 승인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레이더기지 이전과 관련해서는 구로'갑' 국회의원인 이범래 의원 측이 국방부와 다각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는 위탁고도로 인해 LH공사의 당초 사업이익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법무부와 구로구 간의 재산정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구로구는 법무부와 재산정산을 한 뒤 고척동 땅을 받아서 LH공사에 넘겨주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며 (천왕동 신축교정시설과 고척동 이적지 간의) 교환과  (남부교도소·구치소) 이전은 별개 사업으로, 이전사업은 오는 9~10월경부터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