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교육환경, 바꿀 수 있다.
2002-05-16 정경미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의 교육환경에 못마땅해 하던 김 씨는 남편을 졸라 목동으로 이사를 갔지만 아이가 생각만큼 적응을 못했고 오히려 학교성적이 더 떨어져 다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구로에서 자라온지라 이사간 이후에도 낯선 아이들과 환경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목동아이들과는 생활이나 생각자체가 많이 틀리다고 아이가 여러 번 얘기했죠. 오히려 열등감 같은 것을 더 느끼는 것 같았어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라 제가 너무 욕심이 컸나봐요."
침몰해 가는 구로 교육을 건져줄 희망의 구조선을 구로의 많은 학부모들이 찾아 헤매고 있다. 교육환경의 불만으로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 한다는 게 구로지역 대다수 학부모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 정말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구로의 한 고등학교 전교생의 성적이 요즘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선의의 경쟁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면서 일어난 변화다.
이 학교의 최 아무개 교장은 "시험이 끝나면 성적우수자와 평균이 오른 학생들을 골라 시상과 함께 학교게시판 및 홈페이지에 공고를 하고 있으며, 동창회에선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도 늘렸다"고 설명, "처음엔 이런 시스템이 도움이 될지 긴가 민가 했지만 이젠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또 최교장은 "이런 상태로 가면 타 지역 명문학교 못지 않는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확신했다.
구로지역에서 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하성민(30)씨는 열악한 구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와 지역시민단체와 학부모의 네트워킹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하씨는"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자기가 갖고 있는 역량을 서로 나누는 것 밖에 없어요. 완벽한 네트워킹은 힘들겠지만 작게나마 시도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무신경도 구로지역의 교육환경이 제자리 걸음하게 하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약사항에서 교육관련 공약을 내거는 정치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쓰레기 문제 등 주민 기초생활에 관한 공약 뿐아니라 교육·문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구로의 교육환경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한시 바삐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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