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22] 구로시민생협 인문학동아리

인문학으로 피어나는 아줌마들의 멋진 인생

2011-01-10     송지현 기자

 "생각할  사(思)자는  밭  전(田)과 마음 심(心)이 만난 것이잖아요. 밭의 마음이죠. 밭에서는 노동을 해야 하니까, 결국 생각은 실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알 지(知)는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뜻해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무지막지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를 내보이지 않는데 상대방이 나를 알 수 있을까요. 알지 못하는데 사랑을 할 수 없죠. 결국 거짓된 삶에는 사랑도 없어요."


 대학 강단 교수님의 강의가 아니다. 구로동 작은 카페에서 40대 아줌마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다. 새해 첫 수요일, 연신 하얀 입김이 쏟아져 나오는 매서운 날씨를 뚫고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앞 느티나무카페에 모인 구로시민생협 인문학동아리 회원들은 신영복 선생님의 명저 '강의'를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고 때로는 '나름' 격렬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이 인문학동아리는 구로시민생협에 속해 있는 동아리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채워야할 것이 더 생기고, 팍팍한 생활 속에서 생각의 끈을 놓기 싫어' 주경임 구로시민생협 이사장이 제안하면서 모임이 만들어졌다.


 지난 2010년 2월 3일 7명이 첫 모임을 가진 이래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느티나무카페에 모여 책세상에 빠져들고 있다.


 일 년도 채 안된 사이 이들이 읽은 책이 무려 12권. 한 달에 한 권꼴인 것도 대단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


 호모쿵푸스, 열하일기, 오래된 미래, 미국의 엔진, 유러피안 드림,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의 강의까지.


 "혼자 읽었으면 잊혀졌을 거예요. 그런데 모임에서 한번 얘기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들으니 기억에 남더라고요. 또 살면서 고민하고 정리가 안 되는 것들도 많잖아요. 책을 통해 그것들의 연결고리들을 찾고,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아요. 이전에는 사람들과 의견이 부딪히면 바로 행동과 말로 튀어나왔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하고 자제하게 돼요."


 최인숙(43, 구로2동) 씨는 함께 하는 독서를 통해 지적 성장만이 아닌 내적 변화까지 가져왔다고 말한다.
 함께 읽는 책이기에 어떤 책을 선정할 것인지도 모임의 중요한 과정. 이 모임에는 그 흔한 회장, 총무도 없을 정도로 공동결정을 소중히 하고 있다.


 "정해진 커리큘럼도 없고 회원마다 관심분야도 달라 정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굉장히 자연스럽고 민주적이에요.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를 보고 정하기도 하고,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제안하면 다들 반기기도 하고요."


 모임의 맏언니 이혜숙(47, 구로4동) 씨는 회원들의 화합도 단연 최고라고 전했다. 모임을 제안한 후 중심축의 역할을 하고 있는 주경임(43, 구로3동) 씨도 맏언니의 말에 '우리 회원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7명이 시작했는데, 중간에 들어왔다 그만둔 한 명을 제외하고는 초동 멤버 그대로 모임이 유지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책 읽는 거 사실 쉽지 않죠. 다들 아이 키우고, 이것저것 활동도 하느라 바쁜 사람들인데, 약속도 너무 잘 지켜요."


 지난해에는 서울 삼청동길, 남산을 느리게 걸으면서 '짧은 여행'도 함께 했다. 책을 통해 만난 세상이 종이 위 잉크로만 남지 않고, 나와 주변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꿔내고 싶어서였다.


 "영화 관련 책도 읽은 적이 있어요. 좋은 영화도 많더라고요. 매달 느티나무카페에서 열고 있는 작은 음악회와 연계해서 좋은 영화보기 프로그램을 시도해볼까 해요. 회원들도 함께 해주겠죠."


 주경임 씨의 말처럼 사람의 학문, 사람 사이의 학문, 인문학의 따뜻한 시선이 새해에는 구로 전역으로 널리 퍼지길 기

   ■ 회  원
     신승숙, 서은선, 홍은경,
     주경임, 이미령, 이혜숙,
     최인숙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