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17] 양지축구회

축구로 뭉쳐 우승의 날개

2010-11-26     공지애 기자

 35년 역사에 빛나는 양지축구회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실력과 기량을 겸비하고 있다. 그 결실로 지난 달 열린 구로구청장기 국민생활체육축구대회에서 40대 장년부, 60대 노년부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구로중학교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누비는 양지축구회원들은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면서 연령대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어느 대회에서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만큼 '무적의 양지'라고 회원들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의지만큼은 진지하다.

 지난 10월 말 열린 구로구청장기 국민생활체육축구대회에서 40대 장년부와 60대 노년부 우승에서도 그것을 증명했다.

 조재화 제22대 회장(65, 구로4동)은 "아버지와 아들, 때론 손자처럼 연령차가 있지만 젊은 회원들이나 새로운 회원이 주눅 들지 않도록 노년·장년 회원들이 더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재화 회장은 회원들의 결혼기념일에 축하 문자를 보내거나, 생일인 회원을 위해 케이크도 준비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고문 이학규 씨(69, 구로2동)는 "공이 둥글잖아. 공을 주고받으면서 공처럼 둥근 정도 오가는 거지. 그렇게 웃고 즐기다 보니 젊어지는 거고"라고 말한다.

 이학규 고문은 운동에 빠짐없이 나와 후배도 잘 챙기고 재미있는 얘기도 잘 해주어 분위기메이커 노릇도 톡톡히 한다. 1978년에 가입한 양인용 씨(52, 구로5동)는 축구를 하다가 인대가 파열되어 무릎수술을 3번이나 하고도 축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단다. 20년을 함께 산 아내도 축구를 하다 만난 사이다.

 "양지축구회를 구로구 축구연합회에 등록하러 갔었죠. 거기 신청을 받던 직원에 첫 눈에 반해 연애하다 결혼하게 됐죠.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부터 반대했을 텐데 아직까지 축구로 싸워본 일은 없어요. 하하"  

 양인용 씨는 축구도 아내만큼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축구란 실력이 우선이 아니라, 팀워크가 승리의 비결이다. 합심해야 경기도 잘 풀리고 재미도 더하다.

 양지축구회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도 있다. 매년 첫 시합의 첫 골을 넣는 행운의 주인공은 맥주 한 박스를 기분 좋게 내 놓는다.

 27살에 축구를 시작한 김영신 (43, 구로4동)총무는 축구대회에 출전했다가 결승전 4분을 남기고 렌즈가 빠져 골키퍼까지 제친 상황에서 골을 놓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장종기 씨(35, 구로4동)는 일요일에는 양지축구회와, 금요일은 직장동호회에서 축구를 한다. "시골에서 크다보니 가장 만만한 놀이가 공놀이였죠.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도 축구고요. 2년 전 축구를 하다 십자인대를 다쳐 6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어요. 그 뒤로 잠시 쉬다가 얼마 전 다시 시작했어요. 축구만큼 스트레스 풀기 좋은 운동이 없거든요."

 이처럼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못 말리는 축구사랑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깊은 우애가 지금까지 오랜 시간 양지축구회를 이어 온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