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기획_ 현장] 안산이주민지원센터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 '선도적'

2010-11-01     송지현 기자

 한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 중 하나인 안산시. 그중에서도 원곡동은 한국말보다 생전 처음 듣는 외국어들이 더 자주 들리고 외국어 간판이 더 눈에 띄는 곳이다.


 유엔 가입국의 4분의 1정도 되는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안산시 원곡동에 자리를 잡은 안산이주민센터는 199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서남노회와 부천노회에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라는 이름으로 안산공단지역에 설립한 이주민 지원센터다. 이주민노동자 인권운동 1세대가 개인운동가들이었다면 안산이주민센터는 단체가 나서 만든 최초의 다문화공동체 조직이다.


 안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를 건너 외국어 간판이 즐비한 상가골목 사이에 단독주택을 개조한 3층짜리 건물에 들어서 있는 안산이주민센터에서는 이주여성상담소, 코시안의 집, 다문화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 문을 연 이주여성상담소는 국제결혼피해 가정상담, 가정폭력상담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들의 심리, 인권, 문화갈등, 자녀양육, 의료, 이혼 등의 전문상담을 통해 이주여성들의 불안감과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코시안의 집은 안산이주민센터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공간이다. 코리아+아시안의 줄임말인 코시안은 혈연적 결합이라기보다 문화적 결합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코시안의 집은 이주노동자 자녀보육사업, 취학전 문화적응교실, 방과후공부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다문화어린이와 청소년 40여명이 다니고 있다.


 다문화공방은 이주여성들의 자활경제공동체를 지원하고 직능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기술교육도 진행하고 이주여성들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안산이주민센터 유성환 사무국장은 이주여성들의 취업과 일자리사업에도 이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주여성들이 모국 제품을 만들면 잘 팔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구매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아요. 디자인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디자인진흥원과 손을 잡고 나라별로 제품 디자인을 개발하는 중이에요. 이젠 다문화라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다문화강사, 원어민강사 등 이주여성들의 대표 직업이 안산의 시범사업으로 성공을 거둬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사업인 만큼 이주여성들의 일자리사업에 적극적이다.


 외국 이주여성들의 취업과 일자리를 위해서는 좀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도 그는 말한다.


 "이주여성들의 취업과 일자리가 일회성이 돼서는 안됩니다. 안산에서 이주여성 강사 활동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시교육청의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공급처 확보에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이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이벤트밖에 안되죠.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회적기업 지정으로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방식은 지원이 끊기면 오히려 일자리를 잃고 마는 결과를 가져오는 나쁜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보다 이주여성 본인의 욕구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요. 일자리 하나 주는 식이 아닌 장기간 투자와 교육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안산이주민센터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11월에 베트남 여성이 운영하는 쌀국수집 창업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금을 모으고, 한국식당에서 사전 훈련을 통해 한국식 서비스까지 익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해요. 다른 쌀국수집보다 맛있는 음식 실력을 갖췄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매우 강한 이주여성입니다. 이곳을 통해 3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가 됩니다."


 안산이주민센터가 이주여성들의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정신적인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