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05] 상록독서회, '27살 독서모임' 활짝

2010-07-26     공지애 기자

 27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록독서회는 1984년 시흥동에 위치한 남부복지관에 방을 얻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매주 일요일 책을 읽고 토론회를 펼쳤다. 그리고 1987년, 드디어 구로5동 구로도서관에 둥지를 틀었다.

 매달 2,4주 일요일 4시 정기모임은 각각 주제토론과 추천도서토론이 있다. 주제토론은 학기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관련 도서를 섭렵하고 주제토론 막바지엔 저자강연회를 열거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한다. 그동안 제3세계 역사, 원작이 있는 영화, 환경을 다뤘고 다음 학기의 주제는 원문 판소리다.

 게다가 한 달에 두 번 모임도 목이 마른 회원들의 요청으로 소모임을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1시부터 3시 30분까지 고전을 중심으로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이나 각자의 해석법 등을 내놓는다.

 "고전을 읽다보면 사람의 삶의 원형을 돌아보고, 인류는 나의 확장된 모습이라는 것과, 나 자신을 돌아보고, 깊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고 이선경 씨(44)는 고전모임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작년 7월 가입한 김은정 씨(36)는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독서량도 늘고, 어려운 도서도 쉽고, 재미있게, 확실히 알고 넘어갈 수 있다"고 독서모임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한효순 회장(43)은 "연령층과 직업이 다양하지만 원활한 토론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다양한 간접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독서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요즘 독서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상록독서회는 긴 역사만큼이나 생로병사가... 아니 '생로병'이 있었죠. 때로 절맥위기도 있었지요. 지금 오프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은 30명 정도지만 그동안 수많은 회원들이 독서회를 거쳐 갔어요."

 정화양 전 회장(47)은 틈새시간을 활용해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기 스타일에 맞게 꾸준히 읽어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킬링타임 즉, 버스나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 스케줄 짬짬이 비는 시간을 활용해 단 1쪽이라도 책을 읽는다면 습관처럼 몸에 밸 뿐 아니라 어디서든 나를 차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그 기분도 나쁘지 않아요. 책을 읽다 막힌다고 멈추지 말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한 권을 쭉 읽고 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한 권의 책을 읽었다면 그와 비슷한 도서를 읽는 겁니다. 반복되는 내용들이 나오면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잘 잊어버리지도 않아요."

 소모임 고전읽기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영호 씨(63)는 '독서는 순례'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삶은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할 수 없을 만큼 거룩하다. 그러한 다양한 인간의 삶을 만날 수 있는 거룩한 순례"이기 때문이다.

 천희정 씨(41)는 "제가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아 질문도 많은데 회원들 모두 얼굴 찌뿌리지 않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여기 나오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고의 전환,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고 갈 수 있으니까요"라고 독서모임 자랑이 한창이다.

 책을 읽으면서 삶을 윤택하게, 토론을 통해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상록독서회원들은 오늘도 책 속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해 가고 있다.  가입 문의 독서회장 011-9986-5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