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09:21 (금)
아시아의 시민대학을 꿈꾸다
상태바
아시아의 시민대학을 꿈꾸다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0.21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동네 가볼만한 곳 19 _ 구로 성공회대학교
   
 파랗게 깔려있는 잔디와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벤치가 흡사 마을의 예쁜 공원 같다. 담이 없어서 누구든지 쉽게 발길을 들여놓을 수 있는 이곳은 인권과 평화의 진보적 대학으로 널리 알려진 성공회대학교이다.

 성공회대학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학교 안내도 바로 옆에 세워진 점자안내도가 그것이며,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가 단면적으로 들어나 있는 설치물이기도 하다.

 성공회대학교는 1914년 강화에서 성 미카엘 신학원으로 개교하였고, 1956년에 현재의 자리에 위치하였다. 그리고 1995년 성공회신학대학에서 성공회대학으로 교명이 승격 변경되었다. 2009년 현재 제5대 양권석 총장이 취임하였으며 12개 학과 1개의 학부로 구성되어 있다.

 담이 없는 대학교. 배움의 최전선인 이곳에 담이 없다는 것은 열린교육을 지향하겠다는 의식의 반영이며 시민사회와 융화하겠다는 소통의 몸짓이다.

 성공회대학은 학교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도서관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대출은 불가능하고 나머지는 재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출입증은 도서관 입구에서 출입카드에 간단한 신상명세를 쓰면 발급해 준다. 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으로 15만권의 장서, 450종이 넘는 국내외 연속 간행물, 다수의 멀티미디어 자료가 있다.

 도서관 좌측에 자리한 새천년 관에는 민주주의 자료관이 있다. 1층의 흰 벽을 타고 올라가는 검은 띠 속에는 한국 민주화 역사가 산 증언으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서면 노동운동사, NGO약사, 평화·통일운동사, 민주화운동약사 등이 전시되고 있다.

 구로라는 지역이 70~80년대 노동운동의 집약지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성공회대학이 마련해 놓은 이 작은 공간은 지역의 역사적 숨결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 자료실 한 쪽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으며,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환하는 것이다. 현재의 실천 속으로 생환된 역사만이 힘이 된다.'

 대학캠퍼스에는 주말이면 따스한 가을볕을 쬐러 나온 노부부, 운동장을 돌며 운동을 하는 주부들, 학교 광장에 자리한 벤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연인들로 붐빈다.

 상아탑이라는 과거의 위상을 던져버리고, 자세를 낮춰 지역 주민과 하나 됨을 꿈꾸는 성공회 대학교. 구로 지역은 이미 구로토박이만의 지역이 아닌, 각양각지의 사람들 그리고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모인 사람들로 가득하며 이것은 성공회대학이 이미 아시아 시민중심의 학교로 도약하려는 또 하나의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아시아 중심의 시민대학으로 도약하는 성공회대학교의 열린 담을 넘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기사는 2009년 10월 5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