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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 쑥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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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 쑥스러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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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
 오랜만에 시골 부모님 집에 내려갔습니다.

 "우리 미루, 할머니가 여름 옷 사줄게 가자." 가끔씩 내려갈 때 마다 어머니는 꼭 미루 옷을 사주십니다.

 작년 여름에 사주셨던 옷도 잘 입었는데 올 여름에도 옷 걱정은 더는구나 싶었습니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옷 가게에서 어머니는 미루 옷을 서너 벌 쯤 골랐습니다.

 "이거 한 번 입혀 봐라." 미루 엄마는 어머니가 건네주신 옷을 들고, 가게를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니는 미루를 잡아 세웠습니다. "미루야 이거 입어보자. 윗옷 벗고."

 그러자 미루가 말합니다. "엄마, 나 쑥스러워." 가게에는 옷 갈아입을 곳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도 입어보자. 응?" "나 쑥스럽다니까아~"

 미루 엄마는 연달아 옷을 갈아입히고 벗기느라고 계속 미루와 실랑이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미루는 쑥스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 뭐가 쑥스러워." 어머니의 반응입니다. 흠칫 놀란 미루 엄마는 "미루야, 엄마가 잘 가려줄테니까 빨리 갈아입자, 응?" 합니다.

 문득 저 어릴 때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어느 날 탈의실이 없는 아동복 전문 매장에서 윗옷을 벗은 채 얼굴이 벌개졌었던 때의 괴로움이 새록새록 올라왔습니다. 그때도 어머니는 뭐가 창피하냐고 했었고, 저는 그 쑥스러움을 꾸역꾸역 참았었습니다.

 결국 미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왜 이렇게 나를 쑥스럽게 하는 거야."

 쑥스럽다고 하는 사람한테 괜찮다는 말은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29일자 30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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