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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윤 시민기자의 성교육 4] 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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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윤 시민기자의 성교육 4] 자 위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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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보다 대화를
 "엄마, 내 고추를 만졌더니 딱딱하고 커졌어요"

 어느 날, 5살 아들이 이런 말을 건넨다면 부모인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자위의 경험이 있거나 자위에 긍정적인 부모라면 "네 몸이 건강해서 그래, 기분도 좋아지지?"라며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러나, 자위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부정적인 부모라면 아이의 등부터 탁 칠지 모르겠다.

 "더러운 손으로 자꾸 만지지 말랬지?"라며 엉뚱한 손을 탓할지도.

 성교육 시간에 생식기에 대한 기초 설명을 하고 나서 음경의 귀두부분과 음순의 음핵부분을 만지거나 건드렸을 때의 느낌을 물어본다.

 "기분이 이상해요, 찌릿거려요, 근질거려요."

 아이들은 생각나는 모든 표현을 동원해도 설명하기 어려운가 보다. 성적인 느낌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과 자위(自慰)의 한자 뜻풀이를 한다.

 自(스스로 자)와 慰(위로할 위)가 만난 단어인 '자위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며 단지 성기만을 만지는 것이 아닌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한다.

 "할아버지도 자위를 하실까?" 아이들은 반 정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여자도 자위를 할까?" 다수의 아이들이 갸웃거리며 망설인다. 여학생 스스로 아니라고 답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성적인 느낌을 받고 그걸 지속시키기위한 행위를 해보았더라도 남성의 발기된 음경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를 확인하지 못해 그런가보다.

 "자위,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할아버지나 여자나 그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하기 싫으면 안할 수도 있는 거야."

 우리에겐 성과 관련된 금기사항이 너무 많다. 금기하는 이유조차 불명확하고 '누구나' 하는데 '아무도' 안하는 것처럼 포장된 것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자위' 아닐까? 소중한 부분, 소중한 감정을 다루는 행위였기에 보호하던 행동들이 급기야 은폐당한 채 안하는 척 감춰야하는 일이 된 건 아닐까?

 사춘기를 맞아 본격적으로 자신의 성에 관심 갖고 몸에서 오는 신호에 민감해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위'를 경험하지만 그것에 대해 대화하며 함께 나눌 기회는 너무 적다. 또래집단과 나누는 은밀한 교류만 있을 뿐이고 남는 것은 성에 대한 죄의식과 왜곡일 뿐이다.

 자위에 관한 성교육은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을 구해주어야 한다. 죄의식 속에서 경험만을 반복하거나 은폐된 곳에서 자기만을 위한 위로에 집착하지 않도록 해주자.

 진정한 자위, 즉 자기에 대한 위로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는 것, 때로는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위로임을 배워나갈 시기에 그 기쁨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통의 시작은 '아무도' 안하는 척하지만 '누구나'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22일자 30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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