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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늘지고 소외된 곳 밝히는 등불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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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늘지고 소외된 곳 밝히는 등불되어..."
  • 정경미 기자
  • 승인 2001.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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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딸 엄마에 몸불편한 시어머니까지 모셔
지난해 과중한 업무에 목수술 받기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늘 최선"
말썽부리던 소년가장학생 4년후 반지들고
다른 동으로 찾아왔을 때 가장 뿌듯




본지 지난 28호(2001. 4.1일자) 1면에는 동별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기사가 실렸다. 본지가 관련 기사 취재중 19개동 사회복지사들에게 '장애인컴퓨터교육'에 대해 알아보는중 감탄을 자아내게 한 사회복지사가 있었다. 그가 바로 구로1동의 사회복지사 김현숙씨. "중증장애인이시라면 제가 직접 방문해 접수해드리겠다"며 주소까지 묻는 따뜻함을 잃지 않아 사회복지사의 귀감을 보여주었던 그의 일과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자신의 직업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자신의 삶 전부를 걸었기에 지금의 일을 그만두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13년 째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구로1동사무소의 김현숙(38)씨. 토요일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그는 자기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질끈 묶은 머리,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는 두 딸의 엄마이자 6개월 전에 장애가 있으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시부모와 함께 살고있는 며느리로서 자신의 일만큼이나 가정 일에도 열심이다.

"시아버님이 많이 도와주시죠. 가정살림은 보통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해결해요. 밤에는 등만 대면 자버리거든요. 아이들도 스스로 잘하니까 좀 덜 힘들죠"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정박아들을 위한 무료봉사활동도 했던 바 있는 그는 사회봉사직이 영락없는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박아를 둔 어머니들이 힘들어하실 때 전 그들의 영혼이 맑아서 그렇다는 얘기를 해줘요. 그럼 어머니들이 참 좋아하시죠. 말 한마디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죠"

구로2,3,4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있었던 김현숙는 구로4동에서 과중한 업무 탓에 목에 이상이 와 수술을 받고 구로1동으로 왔다고 한다. "사회복지사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자기 몸을 돌보는데 소홀하다"며 자신도 잘못하면 이 일도 못할 뻔했다고 말한다.

"구로1동에 와서 1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은 느낌이예요. 전에는 그들을 이해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거든요. 이제야 조금씩 그들이 이해가 돼요"

밤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봐야하는 김현숙씨에게 보람의 순간도 적지 않다. 소년소녀가장들이 바르게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그중 하나.

"구로3동에서 소년가장가족 중에 말썽을 많이 부린 애가 있었는데 4년이 지난 후에 반지를 하나 만들어 구로2동으로 찾아왔더라구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정년 때까지 계속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김현숙씨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자신의 경험담을 묶음으로 만들어 수필이나 정보책자 등을 만들기 위해서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그녀. 문을 들어서는 민원인을 보면 '우리 가족분들' 이란 것을 한 눈에 알아보는 그녀는 역시 프로답다.

tipy-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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