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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애
  • 승인 200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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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나이 불구, 중증장애인 등 방문 목욕봉사

여름엔 좁은 공간서 땀에 흠뻑 젖기 일쑤

매주 화요일은 꽃의 날, 수요일은 물의 날이다. 이처럼 요일마다 의미있는 날이 있듯이 심정선(60, 신림8동)씨에게도 매주 화요일, 수요일은 특별한 날이다. 그날은 다른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과의 모임도.

심씨에게 있어 매주 화, 수요일은 봉사의 날이기 때문이다. 화요일엔 구로종합사회복지관(구로3동)에서 운영하는 이동목욕 자원봉사를, 수요일엔 남양주시에 있는 양로원에서 목욕봉사를 한다.

96년부터 구로복지관 경로식당에서 봉사를 하던 심씨는 구로구에 처음 차량을 이용한 이동목욕이 생기기 시작한 지난 98년경, 이동목욕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동목욕 서비스를 받는 대상은 주로 거동이 불편한 생활보호대상 노인이나 장기질환 등의 환자, 중증장애인이다. 가정에서의 목욕이 불가능한 이들을 물탱크, 가스보일러, 욕조 등 목욕시설이 장착된 1톤 짜리 차량으로 옮겨, 목욕을 시켜주는 것이 바로 '이동목욕 서비스'이다.

건장한 청년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심씨의 얼굴에선 힘든 내색이 전혀 없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봉사를 하면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즐겁다고 말하는 심씨는 "정확히 말하면, 봉사를 하는 것 보다 얻어서 오는 것이 더 많아요. 봉사를 다녀오면 마음이 승화되고 내 삶이 밝아져요. 목욕봉사는 이제 제 삶의 일부가 됐어요."라고 이야기한다.

때론 예상못한 일로 당황하기도 한다는 심씨는 중복장애를 갖고있는 뇌성마비 처녀가 목욕 중에 간질을 일으켜 깜짝 놀랐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저 그 처녀를 꼭 껴안아주면서 "아무개야, 괜찮아. 아줌마 여기있어. 괜찮아." 하면서 계속 안심을 시켜주었더니 발작을 멈추고 나서 "괜찮치?"하는 물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어 보이는 뇌성마비 처녀를 보며 가슴이 찡하기도 했단다.

차량목욕의 특성상 무더운 여름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더운물로 목욕을 씻기면 목욕자는 물에, 봉사자는 땀에 흠뻑 젖을 만큼 힘든 상황, 하지만 겨울철보다는 여름이 나은 형편이다. 겨울엔 차량내의 배수관도 얼고 물 받는 호스도 얼기 때문에 영하 10도만 내려가도 차량목욕을 나갈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목욕봉사를 하려는 자원봉사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두사람이 한 조가 돼서 목욕봉사를 하면 4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혼자 봉사를 하게되면 1시간이 넘게 걸려 한사람만 씻겨도 진이 빠진다는 심씨는 그래도 다녀와서 '좀 더 씻겨드릴걸'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물 한바가지라도 더 끼얹어 드리고 한 번이라도 더 씻겨 드리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끔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분들이 봉사를 하러 오는데 처음엔 인상을 찌뿌리며 일하다가도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밝아지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봉사하는 모습을 보게돼요. 사회봉사기간이 끝난 뒤에도 찾아와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럴 때 더욱 보람을 느낀다는 심씨는 남편 김봉기(66)씨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봉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열마디 말보다 한가지 실천"이라고 옆에서 어머니의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 2남 1녀의 자녀들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공지애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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