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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53]소설 속 ‘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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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53]소설 속 ‘구로’
  • 김윤영기자
  • 승인 2007.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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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 구로공단, 가리봉 주로 다뤄져

소설 속 구로는 언제나 가리봉동, 구로공단으로 대표된다. 굳이 다른 배경을 찾자면 오류동의 오류장이 배경이 된 황석영 소설의 <흙>이 있기는 하지만 70, 80년대 한국사에서 노동의 역사를 함축한 곳이 ‘구로공단’이라는 곳으로 집약돼, 소설 속 구로는 언제나 가리봉동, 구로공단이 주로 다루어진게 특징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들속에 나타난 구로와 공단의 역사, 작가들과의 연관성 등을 살펴본다.

■ 소설 <장길산>으로 유명한 황석영(1943년 만주신경 출생) 작가는 구로공단에서 일당 130원짜리 직공 ‘시다’ 노릇을 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연과 끼니를 위해 노동에 몸을 맡기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그의 소설 <객지>나 <잃어버린 순이>등 여러 편의 르포지로 나타난다.

■“택시를 타고 구로공단으로 들어섰을 때 광훈은 먹고살기 위해 고무냄새에 찌들어 늘 휘청거리던 타이어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20대 시절을 회한처럼 떠올린다. 0.8평의 독방 같은 벌통 집과 사람을 팔고 사던 인력 시장과 함께….”

이인휘의 장편소설 ‘내 생의 적들’의 한 구절이다. 이 소설 속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노동운동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회한에 젖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

■ '봉순이 언니'로 알려진 공지영 작가는 대학원 진학을 그만두고 1년간의 재교육을 거쳐 1987년 1월 구로공단 근처의 전자부품제조업체에 취업한다. 그리고 입사 한 달 만에 발각돼 강제 퇴사를 당한다. 같은 해 12월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구로을구 개표소 부정개표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용산경찰서에서 1주일 동안 구류를 살기도 했다.

■ 김한수 작가의 ‘봄비 내리는 날(1990)’의 배경도 구로공단이 된다. “곱창 골목을 빠져나와 좁다란 시장 사거리로 접어드니 혜성극장이 보였다. 삼류 저질영화만 상영하는데 공단 주변에 우글거리는 실업자들로 인해 항시 만원을 이루는 극장이다. 공단 게시판에 모집공고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닥지닥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가 득시글댄다는 것은 좀체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시장을 벗어나 가리봉시장 입구 버스 정류장을 지나 비탈진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 양편은 물론이고 도로와 맞닿은 골목들은 향락적이고 자극적인 술집의 네온 간판들로 어지럽다. 입술살롱, 과부촌, 저녁놀, 황금마차, 맥주양주 가라오케, 미녀들의 서비스, 오락실, 팔팔여인숙….” 봄비 내리는 날 속의 구로구의 모습이다.

■ 공선옥 작가의 ‘유랑가족’ 중 ‘가리봉 연가’에는 병든 오빠를 고쳐주겠다는 거짓약속만 믿고 한국남자와 결혼한 고달픈 처지의 조선족 여인의 삶을 그리기도 했다.

구로구의 70, 80년대의 모습이다. 소설 속의 모습은 구로의 한 단편일 뿐이지만 당시 구로에서 살아간 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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