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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Thirteen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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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Thirteen Days)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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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영화가 인간의 수명을 3배 연장시켰고, 영화로 얻는 간접체험은 3배의 시간을 살아서 겪는 세월과 진배없다는.

영화 'D-13'은 관객들로 하여금 정확히 1962년 10월 16일 미국으로 안내해 당시 상황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제 3차 대전이라는 위기상황까지 몰고갔던 '쿠바사태'를 바탕으로 13일간 벌어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실감나게 그렸다. 영화의 극적 긴장감에 몰입하다가도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다지 유쾌해지지 않는, 공포아닌 공포영화다.

영화는 물론 다분히 미국적인 시각으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을 부각시키며 전개된다.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존 F. 케네디, 그의 동생 로버트 F. 케네디 그리고 그들의 절친한 친구이자 보좌관이었던 케네스 오도넬 이 세명의 실존인물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실존 역사기록 영화라고는 하지만 드라마적 요소가 짙어 큰 객관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쿠바사태의 전말보다는 존 F 케네디의 행적에 초점을 맞춰 시종일관 그의 휴머니티를 강조한다.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풀기위해 안간힘 쓰는 그의 피말리는(?) 13일간의 행적이 영화의 전부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도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D-13'을 관람했다고 하니 이 영화의 자국 우호적 성향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다만 그것이 '핵'이라는 인류 공통의 적 앞에 그럴듯하게 포장돼 설득력을 지닌다.

박진감 넘치는 구성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배경화면의 디테일은 뛰어나다. 필리핀 정글 속에 세운 대규모의 쿠바 미사일 기지와 미 공군본부, U-2 정찰기와 폭격기,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은 대단히 사실적이다. 특히 당시 미 정찰기가 발견했던 65피트의 소련제 핵미사일(Soviet Sandahl S4 Missiles)은 거의 완벽하게 재생해 냈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실존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만인들의 머리 속에 깊숙히 각인된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만큼 역사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분석한 흔적이 엿보인다.

케네디 대통령으로 분한 브루스 그린우드는 외모부터가 거의 흡사하며 케네디가 평소 자주 취하던 특유의 손놀림까지 표현해 냈다. 이러한 찬사는 골든-새틀레이트 어워드(Golden Satellite Awards)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또 스티븐 컬프는 96년 '노마진 앤 마릴린'에 이어 두 번째로 로버트 F. 케네디 역을 맡아 목소리 톤과 억양에서 거의 흡사한 연기를 보여준다. 만년 미남배우 케빈 코스트너는 '케네스 오도넬'이라는 숨겨진 인물을 꽤 폼나는 인물로 꾸며 지상으로 끌어냈다. 또 쿠바에서 있었던 'D-13'시사회에 직접

방문한 케빈 코스트너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공식적으로는 처음 쿠바 땅을 밟은 미국 배우가 됐다.

어찌됐든 영화가 끝나고 극장문을 나설 때 전쟁없는 세계평화의 절박함을 공유하게 되는 것을 보면 이 영화는 교훈적인 측면에서는 대단히 큰 위력을 발휘한다. 평소 '존 F 케네디'와 당시 정치 상황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영화다.

감독: 로저 도날드슨

각본: 데이빗 셀프

출연: 케빈 코스트너, 브루스 그린우드, 스티븐 컬프

제작: 아미언 번스테인





mai19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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