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8 10:19 (목)
[우리동네 이야기 2]가리봉2동 측백나무
상태바
[우리동네 이야기 2]가리봉2동 측백나무
  • 김윤영
  • 승인 2006.03.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0년 마을 지켜온 수호수

가리봉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 벌써 350년. 빨간 벽돌로 쌓아올린 주택가에 둘러싸인 가리봉 2동 13-25번지에 측백나무 한그루가 홀로 서 있다.

영일초등학교 정문에서 새마을금고를 끼고 돌아 위쪽으로 올라가다보면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그 표지판을 따라서 좁은 골목사이로 들어가면 하늘에 맞닿아 있는 것 같은 측백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나무 둥치부터 나무 결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파란하늘이 그 시선 끝에 머문다. 높이 10m로 키는 3, 4층 주택들과 같아 그 골목을 나오면 잘 보이지 않고 둘레도 사람 2명이 충분히 앉을 정도이지만 주택들로 꽉 막힌 공간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통하는 길처럼 쭉 뻗어있다.

350년 그 긴 세월동안 같은 곳에서 뿌리 내리면서 살아오면서 많은 이야기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 중 우리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2가지. 자세한 얘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큰 뱀이 살고 있다는 설과 나무를 훼손하면 재앙이 온다는 설. 서양에서 뱀은 ‘악마의 사자’라고 해서 멀리했지만 우리에겐 무언가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구렁이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용이 된다고 했다. 이 나무속에 뱀도 살면서 나무와 마을을 지켜줬던 것이 아닌가 싶다.

3대째 이 나무 근처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는 가리봉2동 새마을금고 황병선(77) 이사장은 “오래된 집에는 뱀이 나오곤 했는데 옛날에 나 어릴 적에 우리 집에서도 뱀이 나왔었고 이 나무에서도 뱀을 본 기억이 남아있다”며 “나무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나온 이야기인 듯하다”고 했다. 그렇게 신성시 되던 나무여서 어릴 때 그 나무 근방에서는 놀았어도 무서워서 접근은 못 했단다.

처음에는 두그루가 약 20m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었으나 한 그루가 8․15 해방을 즈음해서 자연의 힘을 버텨내지 못하고 태풍에 꺾였다고 한다. 지금 이 나무에서도 훼손되면 재앙을 내린다는 위풍당당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세월의 흔적만큼 옹이 사이사이가 시멘트로 메워져있고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가지를 많이 쳐냈기 때문.

하지만 가리봉2동 주민들은 6.25전까지만 해도 정월대보름이나 가을추수기등에 각종 제사를 지내온 이 측백나무를 마을의 수호수(守護樹)로 보호하며 매년 9월 27일 마을 대표들이 모여 제를 올리는 의식을 갖고 있다.

------------------------------------------------------------
❚도움 말 : 가리봉2동 새마을금고 황병선(77) 이사장
❚참고서적 : 서울명소 600선(서울시 발행, 1994년), 구로구지(구로구 발행, 1997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