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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규서와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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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규서와 친해지기
  • 정미자
  • 승인 2019.12.02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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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장애인 활동지원사 수기 공모'결과 11개 수기가 응모해 최근 우수작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최우수작 수기를 소개한다.

 

정  미  자
구로장애인자립
생활센터 활동지원사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주변 지인의 권유로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하게 되어 초등학교 3학년 최규서라는 학생을 2012년 3월2일 만났어요. 다운증후군·자폐 두 가지 아픈 학생을요.

아이들도 키워보고 조카 둘까지 키워봤기에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 하지만 규서와 같이 시작한 저의 첫날은 규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무척 난감했지요.

도무지 규서가 무슨 말을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고집에 땡깡 부리며 바닥에 눕기까지 규서와 친해지고 규서의 말을 알아듣는데 꽤 오래 걸렸지만 잘 모르는 건 손바닥에 적어달라고 해서 서로 의사소통을 했어요. 고집부리거나 해 줄 수 없는 것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고, 잘 했을 땐 규서가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과자를 상으로 주었지요.

그 다음으로 한 것은 대중교통 이용하기였어요. 이전에 하셨던 분들은 장콜을 이용했다고 하셔서 시작했어요. 장콜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대중교통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처음 버스 타던 날 버스에 타면서 이상한 말부터 하고 앉아서는 벨을 누르고 다음 정류소 되면 또 누르고~. 기사아저씨가 화를 내셨어요.

물론 저도 규서가 벨을 못 누르게 붙잡고 있고 소리도 못 지르게 말도 했지만 규서가 그 분위기(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를 너무 즐기더라구요. 버스를 타서 벨을 안 누르고 조용히 다니기 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렸지요.

그러면서 규서가 여자아이들을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버스타면 최신 곡 다운받아 둘이 사이좋게 하나씩 이어폰 꽂고 들으며 복지관 수업을 하러다녔어요. 요즘엔 규서에게도 폰이 생겨 혼자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들어요.

초등학교 3학년이던 규서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어요. 고등학생이 되며 규서 혼자 학교를 다니지요.

학교와 집의 거리가 좀 되지만 저희 집과 학교는 무지 가까워 처음 한 달을 규서 학교까지 등교를 도와주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났다고 한번, 엘리베이터 탈 때 한번, 지하차도 건널 때 한번, 지하차도 건너면서 신호등 앞에서 한번, 다시 큰길 위 신호등에서 한번, 신호등 다 건넜다고 한번, 저희 집 근처 편의점에서 한번, 저희 집 후문 지나며 한번, 등교 할 때 마다 저에게 아주 친절히 전화를 하지요

학교에 도착하면 카톡을 보내요. 규서가 전화할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말
"선생님 어디세요?" 그 다음 하는 말 "지금 뭐하세요?". 하하. 매번 똑 같아요. 지난 1학기 내내 그랬어요.

하지만 요즘 2학기엔 규서가 저에게 전화해서 "선생님 지금 일어났어요, 안 일어났어요?" 라고요. 그리고 등교할 때 전화하지요 "선생님 어디세요?".

요즘 우리 규서는 복지관 수업 후 버스타고 집에 가는 날은 버스카드를 혼자 찍고, 집 정류소에 도착하면 벨 누르고, 다시 버스 카드 찍고 내려 집에 잘 들어갔다고 저에게 알려줘요.

그리고 햄버거 집에 가서 번호 되면 주문한 햄버거 가져오기 음료리필하기 케찹 더 달라하기 다 먹고 나면 쟁반정리 하기도 혼자 하고요. 분식집가면 주문도 스스로 할 줄 알아요. 물론 잘 못 알아들으면 주인아주머니께서 다시 저에게 물어 보시지만요. (저는 항상 규서 옆에 있거든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면 주말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나 놀러갔던 곳, 엄마 아빠 싸운 이야기까지 저에게 해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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