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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지역밀착형 정책처방이 안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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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지역밀착형 정책처방이 안보이는 이유
  • 장호순 교수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 승인 2018.08.1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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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서 여름휴가 문화도 바뀌고 있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피서여행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원한 자연을 찾아가는 것이 여름휴가였다. 그러나 요즘의 여름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생업과 직장으로 인해 소원해진 가족들과 다시 가까워지는 기회이다. 

그러나 가족과의 여름휴가가 늘 단란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의견이나 취향의 차이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휴가 중 가정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평함이다. 부부가 서로 평등하게 임무를 분담하고, 자식들에게도 임무와 보상을 공평하게 하면 갈등의 소지가 줄어든다. 서로 간 의견차이가 발생하면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자녀 의견을 무시하고 부모가 일방적으로, 혹은 부모 의견을 무시하고 자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행동하면 단란한 여름휴가는 고행길이 된다. 

특정지역 기준 정책은 '불씨'
국가의 운영도 가정과 마찬가지로 공평성이 중요하다. 부모가 특정 자녀를 편애하거나 무시한다면 결코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없듯이, 한 국가 내에서 특정 지역이 특혜를 받거나 차별을 받는다면 국가적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 힘들다. 각 자녀마다 다른 성격과 능력을 무시하고 특정 자녀 위주로 부모가 행동한다면 가족 간 불화의 씨앗이 된다. 국가적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당면한 문제가 다른 데 특정지역을 기준으로만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다면 지역 간 불화와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를 가정으로 비유한다면, 화목한 가정으로 가는 길과 콩가루 집안으로 가는 갈림길에 서있다. 지금까지의 길은 비교적 순탄했다. 문정부 취임이후 전임 정권의 부패와 부조리를 제거하고, 남북긴장관계를 완화시키면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고,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을 가능하게 했다. 

만병통치약식 정책 안된다
그러나 국민들의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주된 이유는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자영업, 부동산, 청년실업 분야에서 연이어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문제를 지역적으로 차별화해서 해소하기 보다는 중앙에서 한 방에 해결하는 구시대적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당면한 경제문제는 남북문제나 적폐청산처럼 청와대에서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마다 시급한 경제문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처럼 젊은 구직자들이 넘쳐나는 곳도 있지만, 농어촌 중소도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울산이나 거제처럼 지역 주력산업의 쇠퇴로 심각한 구직난을 겪는 곳도 있고, 관광객의 유입으로 사람 구하기 힘든 제주도도 있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의 강남권처럼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곳이 있는가하면, 서울 아파트의 반값도 안되지만 매수자가 없는 지방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국민들은 각 지역마다 다른 문제를 청와대에서 혹은 중앙정부에서 한 방에 해결할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도 그런 해결방법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약속한다. 마치 당뇨병과 관절염과 위궤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게 알약 하나로 치료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질병을 한 방에 고치는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전국의 각기 다른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정책이 있을 수도 없다. 

제대로 된 지방분권 시급
선진국일수록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지역의 문제를 각 지역이 주도적으로 대처할 때 해결도 쉽고 후유증도 적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5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안은 말만 분권이고 여전히 중앙정부와 국회가 국가권력을 독과점하는 체제였다. 그마저도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한 채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기로에선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 의제를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정권도 살 수 있다. 화목한 가정의 필수요소는 물질적 보장이 아니라 가족 간의 공평성이다. 최고급 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야만 행복한 가정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저렴한 캠핑장 텐트에서 열대야를 보내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은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보다는 계층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골고루 존중받고 공평하게 사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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