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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이야기 178]구로지역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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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이야기 178]구로지역에 필요한 것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7.09.15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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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아침 출근길 아주머니 두 분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 걸아가고 계셨다. 무심코 뒤따라 출근을 하고 있던 참이므로 결국 두 분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무언가가 휙 날아간다. 아주머니 한 분이 무언가를 닦으시고 저만큼 떨어져 있는 쓰레기더미 위로 아주 작은 휴지를 내버리신 것이다. 가는 걸음도 멈추지 않고 뒤춤으로 휙 버리고 그대로 걸어가시니 같이 가시던 분도 눈치를 못 챈 것 같다. 


그때부터 가슴이 요동 치기 시작한다. 저걸 어째야 하나? 뭐라고 말씀이라도 드려야 하나?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 나이가 좀 어린 사람이었다면 정중한 부탁조의 말투로 얼마든지 쉽게 말을 붙여볼 수 있을 텐데 슬쩍 보아도 내 또래거나 혹은 그 이상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야무지게 걸어가는 품새를 보아하니 괜히 말 걸었다가 진탕 한 소리를 더 들을 수 있겠다 싶어 일단 이번은 참기로 한다.


사실 학생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필 때마다 곧잘 말을 붙여보는데 그건 생각보다 그리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다는 게 내 경험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바들바들 떨면서 두 손을 가슴팍에 나도 모르게 공손히 모아 쥐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학생, 어 벌써부터 담배피면 곤란한데.. 건강에 너무 나빠.."이렇게 말을 걸면 분명 '뭐야' 하는 눈치가 들어오고, 이런저런 소리를 해보아야 '알았어, 알았다고' 하는 정도의 반응뿐이지만 나나 그쪽이나 그저 그뿐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말을 붙여보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주머니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번 일은 오히려 심호흡을 하게 할 만큼 긴장된다. 오히려 역정을 내시거나 발뺌을 하고 도리어 뭐랄 수도 있는 일이니 십중팔구는 시끄러워질 것이 뻔하다 싶어 그냥 지나쳐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아예 꼴을 보지말자고 몇 걸음을 더 걸어갔는데 아무래도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왜 또 이런 오지랖을 떠는 거야. 자기도 잘 살지도 못하는 주제에...'스스로를 원망하며 가던 길을 돌아서 아주머니들께 다가가 말을 붙인다. "저 죄송하지만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제가 아까 뒤편에서 오다가 보니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시는 것 같아서요. 다음부터는 죄송하지만 그런 행동은 좀 하지 말아 주셨음 해서 이렇게 어렵게 말씀을 드립니다." 


같이 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이게 웬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냔 표정이다. 눈이 동전만 해 져가지고 금세라도 크게 역정을 내실 분위기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당사자가 얼른 알아듣고 "어머 거기 쓰레기가 잔뜩 있어서 나도 모르게 버려도 되는 줄 알고 버렸네요. 미안해요, 내가 실수를 했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하고 선선히 말씀을 해주시며 옆 사람의 역정까지 다독여 주시는 것이다.

 

사실 발뺌을 하며 두 분이 한심해서 나 하나쯤을 곤죽으로 만들어도 충분할 상황인데 선선히 그리 말씀해주시니 얼마나 고맙던지 절로 인사가 거듭 나왔다.

이런 일을 겪으며 얼마 전 문득 읽은 글들이 생각났다. 사람은 가족이든 지역사회든 아니면 일터와 학교 등 많은 조직에서 그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그 조직 안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게 되는 심상들을 통해 마치 조직이 살아있는 생물체로 나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쓰레기가 아무 데나 버려져있고, 동네 곳곳에서 다투고 욕을 하고 함부로 오가는 고성들이 난무하는 곳에 살다보면 마치 내가 추한 사람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값어치 없는 사람과 함께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든 어른이든 심지어 지역사회든 모두가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과 돌봄인 것이다. 그것이 구로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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