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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75]나라를 나라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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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75]나라를 나라답게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7.05.19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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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 시간은 새 대통령의 이야기가 한 가득이다. 무엇보다 일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께서 그런 사안들을 '직접 그리고 신속하게 챙기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는 것이 소식의 핵심이다. 더욱이 이런저런 새로운 인물들이 기용되어 국정 운영을 돕기로 했다고 하니, 정말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질까 괜히 기대도 생긴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시급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점심 식사 후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함께 커피를 들고 와이셔츠 바람에 한갓지게 산책을 하는 모습도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정말 뭐라고 나도 한참 입을 헤 벌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누구 말마따나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경치 좋은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일이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괜히 그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찡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작은 일에는 마음을 좀 놓고 살아도 되려나 하고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하긴 그 동안 살아온 세월이 좀 이상하긴 했다. 안되어야 하는 일은 되고, 되어야 할 법한 일들은 절대 안되는 시절을 몇 년이나 살다보니 이런 후유증을 남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닷물 속에서 떠올라오는 세월호를 보면서 도대체 이렇게 버젓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어찌 그리 꼭꼭 틀어막고 살았나 다시 한번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그래도 모두가 좋다고만 하는 것은 아니니 이쯤에서 이 이야긴 그만해야 될 듯싶다. 커피 마시며 산책하고 대통령이 직접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나서서 챙기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건 아닌가 하고 반박을 해온다면 그도 절대 틀린 말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에서 작은 행복을 챙기는 것은 정신 건강에 나쁘지 않은 일이니 당분간은 그 힘으로도 살맛 나지 않을까 싶다. 유기견이란 처량한 신세에서 갑자기 '퍼스트 도그'로 불리며 청와대 입성을 앞둔 어느 강아지의 이야기도 그렇고, 만여 명의 비정규직이 그토록 바라던 정규직 전환을 이루게 된 것, 또 세월호 안에서 아이들을 끝까지 돌보시던 기간제 선생님이 순직으로 인정받게 되신 것 등등을 그래도 기쁘고 잘된 일이라 꼽아본다.


이 모든 일들도 대부분 어쩌면 진작 그렇게 결론이 났어야 마땅한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마치 너무 심한 것을 요구하는 냥, 사람을 염치도 모르고 분수없이 때를 부리는 사람 마냥 대접하는 것에 대해 그 동안 속이 있는 대로 문드러지고 세상 딱 살기 싫은 맛이 났던 것이다.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 하고, 또 당신에게 '투표를 하지 않은 국만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을 하신 바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도 상식적인 일이요, 국민 모두를 그 정치적 선호에 상관없이 잘 섬기는 것도 대통령의 본분으로 마땅한 일이니, 지금 대통령의 생각은 지극히 건전한 상식에 기초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색다른 안정감과 희망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이 상식적으로 나간다면 국민들도 상식적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임을 질 일을 했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올바르게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생각이다.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이 아니고 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지금은 상식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다지도 심한 분노와 원망과 좌절을 품은 채 살게 되었을까? 이것이 과연 상식적인 삶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 평화롭고 너그러운 삶의 방식은 도대체 불가능한 것일까?


어쨌든 상식적인 대통령과 함께 하게 되어 다행스럽다. 이렇게 느끼는 것도 상식적인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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