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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60]동네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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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60]동네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7.01.0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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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매우 사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나 역시 아들들만을 데리고 산지가 꽤 된다. 그렇게 살게 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부모들의 짐을 한편으로는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명절을 맞아서 한 해에 두어 번 정도 아이들이 친가를 방문하러 가는 이맘 때가 되면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한지 그 기분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이야 모두 나름의 고충은 있는 것이니 시시콜콜 어떻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 믿을 만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 때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것을 보면 바로 곁에 서로가 믿을 만한 동지로 함께 살고 있는 부부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우습게도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내 아이를 돌보는 일은 뒷전이 되어서 집은 항상 나에게 걱정과 불안의 원천인 듯만 여겨졌다. 밥은 먹는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다 큰 자식을 놓고도 걱정만이 앞선다.


그러니 훨씬 어린아이들을 떼어놓고 일을 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의 심정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제 힘듦이나 다른 이들에 대한 부러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이 먹이고 입히고 살피는 부모 노릇에 안간힘을 쓰느라 숨 한 번 편히 쉬어질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틈바구니에 다급한 연락이 왔다. 밤 10시반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어서 아쉽게도 건물 문이 닫히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서두르고 있던 참이었다. 아이가 아직 집엘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제법 큰 아이라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기야 하겠지만 전혀 그런 일을 벌일 아이는 아닌데 싶어 덜컥 걱정이 되었다.


알고 보니 며칠 동안 파랑새를 가기 싫다고 엄마랑 실랑이를 벌이다 벌어진 일인 모양이다. 이제는 다 커서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데, 엄마가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다고 강수를 두었던 모양이다. 하긴 작은 가슴으로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내 새끼들이 그래도 어디 보잘것없는 둥지에서라도 보호받고 있다는 소박한 믿음이라도 있어야 하루를 또 버텨나갈 수 있는, 힘없는 어른들의 심정을 아이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일 수도 있다. 더욱이 제 힘으로 밥을 못 차려 먹을 소냐, 할 일을 못 찾을 소냐 무엇 때문에 거기 나가서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듣고 살아야하냐 그런 생각도 해볼 법도 하다.


'우리가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하는 미안한 마음과 '아이가 다 커서 이젠 둥지가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을 어찌하겠는가?'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네며가는 길에 구로리 공원을 찾아보든지 그렇게 해 보겠다 위로를 하며 서둘러 파랑새를 나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렇게 깜깜한 밤중에 도대체 어딜 가있는 걸까. 그것도 저 혼자 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싶으니 기가 막히다. 두 눈이 벌게져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찾는 아이는 보이지 않고 엉뚱한 아이들만 계속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밤 11시에 말이다.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 하나는 가겟방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길래 왜 이러고 있냐니까 제 집 앞인데 바람을 쐬는 중이란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는 불러 세워 나이를 물어보니 11살이라고 한다.


낯선 내가 말을 붙여도 모두가 선선히 대답도 해주니 이래도 될까 싶다. 구로리 공원 입구에서는 잘 아는 중학생 아이 서넛을 만났다. 지금 이 시간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 뭐하냐고 성화를 하니 방긋방긋 웃으며 지금 가는 중이란다.


동네에 무슨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어른들이 나서서 오밤중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내 애, 네 애 할 것 없이 얼른 집엘 들어가라 함께 타이르고 돌려보내는데 온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렇게는 안 하고 사는 것이란 걸 모두가 힘을 합해서 알려주어야 이런 사단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그것이 나의 새해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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