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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8] 미치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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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8] 미치도록 그립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6.12.31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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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누구를 주려고 그렇게 카드를 사고, 만들고 했었는지 모르겠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의 대부분의 가게 진열장에 작은 선물 꾸러미와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인형 등이 등장해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만들곤 하였다. 더욱이 하루 종일 레코드 가게 등에서 틀어주는 캐롤송은 거리에 넘쳐 흘러 마치 루돌프가 눈썰매를 끌고 캐롤송에 맞추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도 집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거나 따로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가장 손쉽게 기분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벌써 카드가 한 움큼씩 싸여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주로 분홍이나 파랑색 도화지에 테두리를 그리고 그 안에 삼각형을 몇 개 겹쳐놓은 모양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리는 것이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솜씨가 좀 있는 친구들은 탈지면 솜을 갖고 풍성한 수염 장식을 한 산타 할아버지를 그리기도 했었다.


겉면의 그림을 그리는 종이보다는 조금 더 얇은 재질의 속지는 미색이나 흰색 등의 고운 빛깔을 준비해 조금 더 작게 준비해놓는다. 그리고 인사말을 쓰기 전에 머리말 부분에 '축 성탄'등의 장식 어구를 넣느라 한참 끙끙거리기 일쑤였다. 돈을 좀 들여서 산 카드를 보면 그런 말들이 멋진 서체로 쓰여져 있어 그걸 따라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런데 영어로 'Merry Christmas'라고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주로 그렇게까지는 못 쓰고 X-mas로 줄여 쓰는 쪽을 택했었다. 물론 보고 베낄 만한 카드가 있으면 말이 달라지지만 보고 베끼는 것도 힘들어 주로 X-mas로 무난한 길을 택한 적이 많았다.


거기에 의례 붙는 건 'Happy New Year'란 말도 있었다. 어릴 적에는 과연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기나 하고 그런 말들을 써서 서로 나누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곁들인 그런 카드를 만들어 반에서 아이들끼리 주고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물론 올해도 인사를 받긴 하였다. 인사의 거의 대부분은 SNS를 통해서다. 보통은 예전 같으면 어느 카드의 앞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을 만한 멋진 그림과 직접 쓴 인사말 정도이지만 때로는 작은 움직임이 보이는 재미있는 인사들도 많다. 어떨 때는 그런 인사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 적도 있다.


아마도 누군가 어릴 적의 우리들처럼 이 인사를 받을 사람의 기쁨을 생각하며 열심히 그림이나 동영상 등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만 매체가 달라졌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마음들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선물로 받은 예쁜 카드를 본떠서 카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다시 선물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SNS로 받은 멋진 그림을 공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완전히 달라진 것도 같지만 또 넓은 의미에서 보면 별로 달라진 것도 아닌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연말연시 등과 같이 절기를 따지고 시간의 특별함을 되새기는 일이 어쩐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은 아무리해도 떨치기 어렵다.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아무런 선물을 못 받아도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더 설레었던 이 느낌은 뭘까?


예전의 구로가 한 번씩 미치도록 그립다. 그 춥고, 가난하고, 바람이 많이 불고, 늘 웅웅거리던 소리와 공단의 불빛이 쉽게 꺼지지 않던 그 시절이 지금 이 맘때 괜시리 미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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