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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6]부럽지 않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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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6]부럽지 않은 마음
  • 성태숙시민기자
  • 승인 2016.12.05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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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먼 나라를 다녀왔다. 사회복지사들이 사회서비스가 먼저 발전한 나라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보러가는 길에 덜컥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나로서는 과분하게 운이 좋았던 셈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기업에서 대부분의 경비를 지원까지 해주면서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이니 그야말로 감지덕지였다. 특히 사회서비스는 어르신 돌봄으로 대표되는 것과 같이 예전에는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해결하던 돌봄이 다양한 사회변화로 인하여 공공적 돌봄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고 있는 사회정책 방식이다.

이러한 돌봄은 한 때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국가보조금으로 받고 운영되는 시설에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이용자의 권리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개인에게 직접 예산을 주고 자신의 책임 하에 직접 돌봄을 계획하도록 하는 사회서비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주요한 정책적 흐름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물론 아직 그런 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개인에게 예산을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 방식은 이미 국가가 여러 가지 이유로 호감을 갖고있는 정책 방향이므로 언젠가 지역아동센터에서도 당면한 현실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이용자의 권리 보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고, 또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신청을 했던 것인데, 그런 소망이 가 닿았는지 나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마음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떠난 여행이어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사실 좀 삐걱거렸다. 무엇보다 남아 있는 일들이 발길을 가로막았다. 거기에 일행들도 거의 대부분 여행으로 처음 만난 것이다 보니 열흘을 함께 지낸다는 게 만만찮은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팔도 다 낫질 않아 한 쪽 팔은 목에 걸어 메고 가야 할 판이니 남의 손을 빌려야 할 경우도 많을 것 같아 여행을 앞두고 한숨이 나는 일이 더 많은 실정이었다. 심지어는 나라 사정까지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만 떠날 수 있는 길은 전혀 아니었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떠나서 그런지 그럴 때는 더욱 남들 사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것 같다. 동절기가 다가왔는데도 유럽의 두 나라는 모두 새파란 잔디가 파릇하고. 심지어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띌 정도로 겨울을 앞둔 날씨도 온화했다.

물론 그곳에서도 외곽으로 나가면 천편일률적으로 집 모양만 최소한으로 갖추어놓은 상자모양의 주거지들이 곳곳에 눈에 띄곤 했지만, 사람들의 눈을 잡아끄는 중심지에는 간판 하나, 창문 하나까지 철저하게 규제를 하고 있는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즐비하여 바라만 봐도 흡족할 지경이다.

밤마다 퉁퉁 부은 발을 부여잡고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는 남의 나라 텔레비전을 켜고 앉았으면 가끔 이곳의 소식이 전해지곤 하였다. 대통령이 아니라 'Park'혹은 'Lady'라는 말로도 호칭되는 뉴스를 보면서 그런 호칭들이야 그네들이 뉴스를 전하는 관습에 불과할 뿐일 테지만 왠지 모를 조롱처럼 들리는 것은 위축된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소치였으리라.

두 나라에서 둘러본 사회복지 기관들은 모두 훌륭해보였다. 특히 독일의 대규모 재단에서 한 마을의 규모로 운영되는 복지 타운을 본 소감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나약한 이들을 힘껏 돌보 수 있는 그들의 여러 가지 환경과 조건들이 사실 부러웠다.

또한 같은 여성 지도자를 둔 입장에서도 비교가 되기도 하였다. 국민들이 몇 번이나 거듭해서 국가의 지도자로 남아달라고 요청을 할 정도의 인품과 지도력을 갖춘 여성을 지도자로 둔 그들의 입장과 국민들이 심지어 퇴진을 요구할 정도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둔 우리의 형편은 너무도 비교가 되었다.
하지만 짧은 여행에서 돌아와 그 동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남아 있는 이들의 노고를 보았을 때 나는 다시 아무 것도 부럽지 않은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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