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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3]'마음의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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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3]'마음의 짐'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6.11.04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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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에 앉아 있으면 가장 아래로 가라앉은 소문들을 접하게 된다. 어른들의 불안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아이들에게도 완전히 감추고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세상사가 어수선하면 예민한 아이들은 불안감을 금세 내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어른들처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제대로 갖지 못한 속에서 몇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상황을 추측해야 하니 아이들이 더 불안해질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일이다.


특히 일이 터질 때마다 유독 겁을 내는 아이와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아이들은 종종 좋은 짝이 된다. 누군가 열심히 자기 이야기에 푹 빠져서 한 번씩 몸서리를 치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신이 나면 이야기꾼은 제어할 수 없는 신명에 자기가 아는 것을 몽땅 쏟아내기에 바쁘다.


그 속에는 조각난 진실과 엉뚱한 추측, 걱정스런 예측들만이 잔뜩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진짜? 정말 그렇대?" 하고 터져 나오는 의혹을 억누르기 어렵다. 그러면 이야기를 하던 아이는 갑자기 표정을 딱 잡고 "진짜라니까...."하고 일갈을 내지른다. 그러나 바로 그 때 곁을 쓱 지나가던 아이가 무심한 듯 "맞아. 나도 들었어...."하고 한 마디를 거들면 판세는 돌이키기 힘든 것이 된다. 한 명은 확실히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아이들은 불안의 올가미에 얽매이게 된다. 때로는 그런 불안감에 짓눌린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어른을 찾는 경우도 있다. "태샘, 근데요, 진짜로 북한이 우릴 쳐들어와서 전쟁이 나나요?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폭탄 쏴서 우리 다 죽게 되나요?" 얼마 전 심각하게 접수한 고민의 내용이다. 물론 아주 터무니없는 말은 아닐지 몰라도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니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도 어려웠지만, 또 한편에서는 어른들 중에도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답을 기다리는 아이를 보니 절로 자세가 가다듬어졌다. 도대체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 우선 진원지부터 파악하고 보자고 했더니 이미 자기 학교 친구들은 다 그런 소리를 하던데 선생님은 나보다도 더 모르고 있었냐는 투다. 이미 모월 모일에 일이 날 것이니 방비를 해두고, 공부 따위는 일찌감치 집어치우라 구체적 지령까지 내려졌던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 어른들의 삶도 그랬으니깐 말이다. 한 번씩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경제는 매년 나빠져 도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늘 걱정이 앞서고, 환경은 나날이 심각해져서 안전한 곳을 찾기 힘든 것 같고, 정치는 엉망이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만 같은 날들 속에서 가까스로 어른이 되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불안에 떨며 자라는 시간 속에서 제대로 위로와 위안을 받았던 기억은 부족하다. 세상사가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그래서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고민할 일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기회는 부족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렇게 심약하고 우유부단한 성품의 인사로 살게 된 것이 말이다.


지난 며칠 사이 벌어졌던 일들 중에 고민스럽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을 만큼 안팎이 모두 시끄럽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음 일들은 마음의 짐이 되었다.


구로구에서 오랫동안 마을 활동을 하던 김미영 선생님이 편찮으신데도 한 번 찾아뵙지 못했다는 것과 송은주 선생이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순산했는데 얼굴도 못봤다는 것, 고 백남기 어르신의 문제와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 것, 또한 구로구 혁신교육지구사업과 관련하여 구로의 교육이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의 가치를 살리는 것에 좀 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하지 못했다는 것이 내 마음의 짐이다.


아무래도 이러다가는 파랑새 아이들에게 '태샘이, 요즘 사람이 좀 그렇다'는 소문이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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