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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46] 너는 내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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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46] 너는 내 취향저격
  • 성태숙
  • 승인 2016.09.0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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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제목을 보고 금방 한 소절을 흥얼거릴 수 있다면 당신은 대중문화를 상당히 잘 아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정도라도 어느 정도 성실하게 텔레비전을 시청했다는 증거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알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게 뭔지 모른다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은 없다. 이건 단지 어떤 젊은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한 소절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도 노래 전체를 들어본 기억이 있는지 가물가물하다. 어떤 상품 광고의 배경으로 깔리는 것을 간간히 들으며, '딱 내 스똬일이야'라고 하지 않고 '취향저격'이란 합성어를 만들어내는 언어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취향이란 마음이 기우는 곳, 내 욕구가 흐르는 방향을 말한다. 따라서 '너는 내 취향저격'이란 말을 쓸 수 있으려면 최소한 내 욕구와 취향이 무엇인지는 알아야하는 것이고, 당신이 내 취향에 적합함을 용기 있게 발설할 수 있는 자신감과 솔직함을 갖추어야할 것이다. 아마도 그런 당당함과 명확함이 실은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리저리 눈치가 보이고, 이것저것이 신경 쓰여서 마음이 잡탕이 되는 것같이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을 보았을 때 복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음주가무라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흥과 끼를 타고났다고 하는 한국사람 중 하나이니 나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는 '흥박사'의 면모는 갖추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역시 안되겠어'하고 주춤주춤 물러서게 만드는 면들도 없지 않아서 그저 슬쩍슬쩍 바라만보며 발길을 돌렸다.
 
'그것'은 바로 구로리공원의'춤판'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묘한 매력이 많은 춤판이어서 함부로 어떻다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살면서 춤판이 벌어진 것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춤판이 벌어진 것을 본 적도 그리 많진 않은 것 같다.
 
그 동안 내가 보아온 춤판은 흥의 정점에서 모두가 무차별적으로 춤을 추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정식으로 춤을 배울 때를 빼고는 대부분이 '막춤'판이었다. 그에 비해 구로리공원에서 보았던 것은 일종의 포크 댄스나 아마도 사교 댄스와 비슷한 것으로,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일정한 동작을 나름 절도 있게 하는 절차가 있는 춤이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사모님과 제비, 사장님과 꽃뱀들이 서로 캬바레에서 춤을 추며 만나서 집안 말아먹는 패가망신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며 자라온 터라 남녀가 손 잡고 춤을 추는 것은 안할수록 좋은 일인 줄 알고 자랐다. 그렇다고 서양처럼 정식 무도회나 무도 파티가 열리는 것도 아니니 이런 식으로 사교댄스를 보는 것이 아무래도 낯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보는 것이야 눈을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흥을 돋우기 위해 크게 틀어놓는 음악은 피할 길도 없으니 주변 사람들은 좋건 싫건 그 취향을 공유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한참 저녁때 어스름이 짙은 나무그늘 아래 음악소리에 맞추어 하루 일과를 끝낸 차림으로 몇 쌍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밟으면 여기저기 둘러 앉아 음악도 듣고 그 하는 냥도 지켜보는 모습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마침 지인과 그 곁을 지나며 예전에는 공원에서 늦은 밤까지 청소년들이 활개를 치며 걱정스러운 일도 가끔 있었는데, 이렇게 어른들이 많이 이용을 하니 그런 걱정은 덜 해도 되겠다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특히 두 세대 간의 화해할 수 없는 음악적 취향으로 말미암아 청소년들의 대패와 그에 따른 퇴각이 예측된다는 것이었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본시 공원이야 동네 사람들이 함께 쓰는 응접실 같은 곳이니 이리 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역시 응접실이니 또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응접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하는 사람은 더 예쁘게 할 일이다.
 
말하자면 취향은 제 각각이니 나만의 취향저격으로 우리의 응접실을 모두 채울 수는 없는 일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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