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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온 편지] 기자를 위한 AI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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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온 편지] 기자를 위한 AI 저널리즘
  • 윤장렬 (언론학 박사, 베를린자유대학교)
  • 승인 2024.09.1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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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인들의 고민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3을 발표했다. 이후 3.5 버전이 무료로 서비스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4 Omni 버전이 출시되면서, 텍스트는 물론 음성과 이미지 인식이 가능해졌다. 챗GPT는 이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실시간 대화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대형 언론사들은 다양한 방식과 전략으로 챗GPT 기술을 활용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Bloomberg)는 AI 도움으로 자사의 재무 데이터를 간결하게 만들었고, 르 몽드(Le Monde)는 오픈AI와 장기적인 기술과 자원 교환을 약속했다. 뉴욕타임즈(NewYorkTimes)는 오픈AI가 자사 기사를 챗봇 훈련에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는 챗GPT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자동화해서 기자들의 취재를 돕는가 하면, 독자들에게 최신 뉴스 기사를 찾아주는 챗GPT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처럼 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챗GPT가 일반화되면서 AI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AI가 생산한 콘텐츠의 정확성이나, 저작권의 이익과 이해관계의 충돌, 그리고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사이에서 인간의 역할 등 다양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 언론인들은 AI 저널리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살펴보자.

먼저 독일의 언론학자들은 AI가 편향적인 학습데이터로 인해 편견을 내재화할 수 있고, 허위정보의 생성과 확산을 우려한다. 따라서 이들은 AI 윤리지침을 만들어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지침에서 강조되는 내용은 인간의 가치에 따라 기술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AI 기술은 저널리즘의 보조수단으로써 인간의 통제하에 있고, 편집실의 최종 결정은 언제나 저널리스트의 몫이다. 

한편, 독일의 법학자들은 독일의 기본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에서 AI 저널리즘의 개념과 법적 보호의 범위를 고찰하고 있다. 이때 대중에게 전달되는 모든 정보 매체는 '언론'으로서 법리적 보호 대상이지만,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는 언론 종사인 '사람'을 위한 인권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저작권법은 인간의 저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기계나 컴퓨터의 생산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챗GPT가 생산,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는 편집자나 저널리스트의 개입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윤리적, 법적 책임 또한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부여된다. 즉, 사람에 의해 기계가 작동되고, 중요한 결정도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인간의 가치를 중심으로 AI를 고민하는 학계의 견해는 AI 저널리즘이 상용화되는 언론업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월, 독일기자협회(DJV)는 성명서를 통해 AI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요구한 바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가 판매하는 것은 저자의 지적 작품이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적절한 몫을 받아야 한다'. 오래 전부터 협회는 'AI가 윤리와 가치 판단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기자를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나아가 AI 저널리즘은 한 신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소통과 의견형성에 신기술이 활용되는 문제로서 국가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공영방송 ARD 산하의 바이에른 공영방송(BR)은 A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10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AI 활용의 윤리적 문제가 포함되는데, 투명성과 자원에 대한 책임감, 협력과 토론이 수반되는 평가, 그리고 알고리즘 편향에 대응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강조된다. 바이에른 공영방송사는 더 나은 저널리즘을 수행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잠재력 이점과 위험을 고려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건설적인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때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줄 투명성과 다양성, 그리고 지역성은 기자와 사용자를 위한 이익과 가치가 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국내 전문가들과 언론종사자들은 AI가 바꿀 언론 분야를 어떻게 전망하고 대처하는가? 우리는 인공지능이 뉴스 콘텐츠의 제작과 편집에 사용될 때, 무엇을 잠재적인 이점으로 인식하고,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 인간 기자가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사이에서 균형적인 역할을 하고, AI 저널리즘이 인간을 위해 기능하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독일 언론인들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그리고 우리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컴퓨터를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해 어떤 원칙을 설정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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