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민이 반대하고 안되는 것을 자꾸 고집하고 불편을 초래합니까. 구청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행정을 하든지 해야지. 그것도 아니면서 자꾸 먹잇감 던져놓고 양쪽 싸우는 것 보자는 것도 아니고, 그런 행위 좀 하지 마세요".
한 구의원이 최근 구청측에 했다는 말이다. 구로구청이 갑자기 재추진하겠다며 1년만에 다시 꺼내 든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사업 추진과 관련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지역내 주민간의 갈등과 분노현장 등을 지켜보다 구청장과 구행정의 제대로 된 역할에 대해 얘기하며 구청측에 전했다는 메시지의 요지다.
구청은 지난해 고척근린공원내 인조잔디구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려다 인근 동네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고, 결국 온라인설문조사 결과 인조잔디축구장 조성등에 대한 반대의견이 70%에 달하자 '사업추진에 대한 갈등조정시까지 보류한다'고 공지하며 정리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구청 공원녹지과가 다시 추진카드를 꺼내들었다.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측에서는 추진을 할지 말지를 포함한 공청회 등도 없었는데 갈등조정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며 주민무시 일방적 강행이라고 분노를 터뜨리고 있고, 구로구청측은 '보류'라는 것은 사업추진을 전제로 한 것인만큼 준비한 사업추진(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주민설명회를 갖는 것이라고 상반 된 해석과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 주민설명회는 8월22일(목) 주민반대속에 무산된데 이어 25일(일)에도 결국 진행되지 못했다. 찬·반 양측의 격한 대립과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시작된 설명회 반대와 저지 과정에서 물리적 마찰이 생기다 주민대표 1명(여)이 쓰러지면서 119구급대에 실려가고 현장영상확인 요구 과정에서 공무원의 시***욕설까지 나오는 가운데 아수라장이 되다 결국 무산됐다.
이번 만이 아니다.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 관련 '갈등'은 이번까지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동안 4번째 반복된 사안이다. 구청장이 들어설 때마다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추진을 강행하다, 고척근린공원 일대 고척·개봉1동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중단되곤 했던 것.
지난 2006년경에는 당시 양대웅 구청장(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13억원의 예산까지 마련해놓고 추진하려다 무산됐으며, 2011년에는 이성 구청장(민주당)도 강력하게 추진하다 중단된 바 있다.
고척 개봉동 일대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축구협회를 중심으로 한 찬성이 대립되는 가운데 결국 주민설명회 및 주민설문조사결과 주민들 반대가 많이 나오면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접은 것이다. 대신 이성 구청장 재직시절인 2015년을 전후해서는 인조잔디를 깐 계남근린공원 축구장, 안양천C구장 등이 조성되어, 지역축구인들로서는 서울시의 고척돔구장 축구장을 비롯해 인조잔디 갖춘 축구장 공간을 여러개 갖게 된 바 있다.
오랜 세월속에 동네주민들 뜻은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문헌일 구청장(국민의힘)시절로 들어와 12년만에 또 다시 건드려졌고, 올해 갑작스럽게 다시 재추진되면서 동네주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속에서 '구청장 퇴진운동'얘기까지 나오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찬·반측 핵심 니즈는 = 고척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나 구로구축구협회등에서 찬성하는 이유들은 확연하다.
따라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검토 기회가 부족한 선거 전때 만든 단발적인 공약보다,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구장'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이들의 핵심 니즈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구로지역 전체속에서 중장기적 대안을 찾아 제시하는 노력을 지난 20년동안 해왔다면 지금과 같이 축구협회 찬성회원들이나 고척동 반대주민들이 서로 반목하며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지 않아도 됐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타임즈 취재결과 공원 일대 주민들이 공원내 흙운동장을 인조잔디 축구장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동네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이자 터전을 빼앗길 것에 대한 위기의식.
저층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아파트가 밀집 된 동 한가운데 위치해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많은 주민들이 새벽부터 밤늦게 에어로빅 맨발걷기 달리기 등의 운동, 산책, 모임을 가질수 있는 동네주민들의 유일한 '광장'이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배어 나오고 있다.
구청측이 인조잔디 축구장을 만들면서 한쪽에 황토길 등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주민들이 이용할수 있는 공간으로는 턱없이 작고 부족한 '들러리 공간'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여기다 인조잔디 등으로 조성 된 인접한 계남근린공원 축구장등을 비롯한 지역안팎의 수많은 생활체육시설들이 잔디관리 및 보호라는 이유와 특정종목 동호회원 중심의 폐쇄적 운영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불편했던 오랜 경험과 이를 방치하다시피했던 생활체육행정에 대한 불신 등도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것이 인체에 유해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는 인조잔디의 환경적 문제보다 더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왜 꼭 고척근린공원이어야 하느냐'고 묻는 한편 축구인들의 요구를 수렴할 대안부지 등을 찾아보는 노력과 대책을 구청에 촉구하고 있다.
고척근린공원에 인조잔디를 조성해달라고 오랫동안 구청에 요구해온 구로구축구연합회를 중심축으로 한 찬성측의 가장 큰 바람은 사실상 국제규격 수준의 규모 있는 인조잔디 축구장이다. 고척근린공원은 그같은 규모를 갖춘 축구장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지역내 유일한 대규모 운동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축구장 접근성과 주차장 등 주차시설이나 부대시설등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고척근린공원을 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현재 계남근린공원 축구장 등의 경우는 주차어려움 등으로 3년여 전부터 구로지역 성인축구회 이용이 떨어진 상황으로 전해졌다. 접근성과 부대시설도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축구협회측 관계자는 현재 성인은 물론 학생들도 먼지날리고 넘어지면 상처를 입는 마사토 흙구장보다 인조잔디구장을 선호하며, 협회산하 지역 단위 축구회등 22개팀이 있으나 동네 학교운동장도 예전처럼 개방하지 않는 추세라 운동장 부족으로 공을 차기 위해 외부로 나가야 하고 이로 인한 지역 생활축구회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놓는다. 따라서 고척근린공원의 인조잔디조성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로구내 다른 부지 등을 찾아보기 위한 검토 등을 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취재결과 전 이성 구청장 시절, 온수동 럭비구장시설을 구로1동 유수지개발지로 이전해 조성할 경우 축구장으로도 병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검토된 바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구로구내 곳곳에 다양한 개발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만큼 구청 전반적으로 생활체육시설 수요 충족 부지와 시설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의 갈등조정력 준비는= 갈등 조정을 위한 구행정의 시스템 구축 및 대전환도 시급해보인다.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뿐 아니라 수많은 지역 현안이 발생할때마다 주요하게 지적되는 것중 하나는 구청장과 구행정의 갈등조정력이다. 민감한 이슈일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등이 상충되기 마련이므로, 갈수록 행정의 전문성과 주민감수성, 갈등조정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행정의 일선 직원부터 관리자는 물론 구청장까지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소통방식 및 대처방안부터, 갈등 현안의 문제점과 원인, 이해관계자들의 핵심니즈 파악 등을 통해 컨센서스를 만들어내고 해법을 찾아가는 능력을 제고시킬 제반적인 시스템 도입에 구 차원에서 깊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정책추진 과정에서 그같은 필요성과 중요성을 너무도 많이 노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