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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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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3.06.02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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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핸드폰이 내는 불길한 신음소리에 잠이 깼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안내문자를 확인하고 잠시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솔직히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인지라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곤히 자고 있던 멀쩡한 이른 아침에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게 정말일까? 아무리 문자를 노려보아도 알 수 없다는 생각뿐이다. 급한 마음에 핸드폰으로 관련 소식을 검색해보았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만약 어디로 피하라고 한다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갈 곳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고, 무엇을 챙겨가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멍한 상태로 있다가 겨우 텔레비전을 켤 엄두를 냈다. 긴급 뉴스가 흘러나오면서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북에서 위성 발사와 관련하여 사전 고지가 있었던 듯한데 아마도 중간에서 정보 처리 미흡으로 발생했던 것 같다.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났지만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다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경보해지가 동시에 날아왔다.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후폭풍은 쉽게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정부에서 관련 사항에 대응을 제대로 한 것인지, 사전 정보가 있음에도 왜 그런 경보가 발생했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정부와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처리가 미흡하여 국민들이 큰 혼란과 불안감을 경험했다는 평가들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런 평가가 절대 과하지 않다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자다 말고 경보를 받아 정신이 없던 상태가 아닐지라도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과연 얼마나 요령 있게 행동할 수 있을지 하루가 지난 지금도 실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상태에 아무런 안내 지침이 없는 경보는 정말 혼란과 불안의 온상으로서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개인이 공포와 당혹감에 압도되어 행동의 방향을 잃은 것을 넘어서서 국가 전체가 근본적으로 준비 되어 있지 않은 느낌에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준비 부족은 개인의 부족과 불찰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저 그렇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순간의 당혹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았을까의 답을 찾아 헤매고 있다. 생존 가방 하나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못한 상황인지라 무엇을 들고 집을 나서야 했는가의 문제부터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카드와 같은 현재의 결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될 가능성이 큰데, 수중에는 현금이나 그에 상응하는 귀중품이 거의 없다. 소비를 통하지 않고는 삶을 유지해갈 수 없는 현재의 생활방식에서 자급자족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공포감을 초래하였다. 

더불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막막했다. 하루가 지나서 만난 지인은 어린 시절 서울역 인근에 살며 북한에서 군용기를 몰고 귀순자가 발생했을 때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 날 아침 급하게 피난길에 오르며 어머니는 자신과 오빠를 데리고 서울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무조건 한강다리를 넘어야 한다. 기차에 매달려서라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를 하셨다고 한다. 한참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전쟁의 공포가 우리들을 얼마나 옭죄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프닝은 현재의 상태를 돌아보게 한다. 다만 모두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잘 모르는 국민들만 놀라고 말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두 안전하게 살 수 있으려면 우리 모두 보다 각성된 상태가 필요하다. 우리 국가의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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