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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주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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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주기에 부쳐
  • 남미옥 (구로마을공동체네트워크, 구로노란리본공방)
  • 승인 2023.03.3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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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옥
남미옥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은 주말 아침을 열어준다.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마스크가 필요 없는 요즘 동네 상가는 조금 활기를 찾은 듯하고 대학가 주변은 더욱 기분 좋은 미소가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매해 맞는 4월이 돌아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4월은 유달리 힘들다. 유가족에겐 2014년 이전의 바다와 지금 바다가 같지 않고 봄도 그렇다. 시인 엘리엇은 '잔인한 4월'이라 했는데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는 4월을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 이유가 뭐든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읽어내는 말 같다.
 
10월 29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보고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 8년 후 일어난 이 젊은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은 세월호 참사 때 고2였던 아이들을 무참히 보내고 정신 못 차린 우리 사회가 20대 중반 젊은이들을 이태원에서 잠시 즐기지도 못하게, 숨도 쉬지 못하게 만들어 떠나보낸 불행한 참사다.
 
세월호 참사 304명의 희생자 중 250명은 학생이다. 10.29 이태원 참사 159명의 희생자 대부분은 20대이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두 참사의 공통점은 유족들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두 참사의 원인을 모른다.
 
세월호 참사 초기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이들 영정을 들고 팽목항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정확한 진실을 알기 위해 아이들의 부모들은 광장에서 단식하고 청와대와 국회를 찾아 높으신 분들을 만나기 위해 읍소하기도 하고 삭발을 하고 서울에서 팽목항으로 다시 도보 행진을 했다. 그 지난한 과정을 어찌 말로 다 할까?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들과 기록으로도 다 남기지 못할 절절한 사연들의 노정이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대 국민 서명을 받아 1기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게 하고 청문회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 후 힘든 투쟁과 많은 시민의 도움을 받아 선체조사위, 특검, 2기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활동 등이 진행되었다.
 
3년 6개월 활동한 사참위 조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배의 침몰 원인과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명확한 이유를 아직 밝히지 못했다.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수준의 결과 보고서에 실린 사참위 정부 권고안은 정부에서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9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사 초기에도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 망언을 한 국회의원이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꽤 많은 이들이 진상규명이 된 것으로 알고 있기도 하고 이젠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한다. '사회적 참사'에 우리는 얼마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좋을까? 계산할 수 있을까? 정부도 국민도 이제 세월호 참사는 결국 이미 끝난 일이 되는 걸까?
 
세월호 유가족은 요즘 시청 앞에 있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찾아가 유족을 위로하고 참사 유족으로 아픔을 공감하며 연대하고 있다. 세월호 합창단을 만들어 아픔이 있는 사회 곳곳에 찾아가 노래로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연극을 연습하며 공연을 만들어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른 이들이 처한 문제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을 보며 '찬란한 슬픔의 봄'이란 말이 생각났다. 단지 자기 자식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진상규명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동료 시민들의 아픔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매해 슬프지만 찬란한 봄을 맞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으며 우리는 '사회적 비용'을 말할 것이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그들이 우리의 '사회적 자산'이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또다시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또한 사회적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유족이 혹시 지치거나 쓰러질 때 곁에 있어 주는 이웃이자 동료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고 최선의 재난 예방은 '이웃과 친해지기'라는 말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3년을 지내다 보니 마스크 쓰기가 해제된 지금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듯 일상의 회복은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천천히 조금씩 진행되기도 한다. 서두르지 않되 예의 바른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 9주기는 안산에 가지 못하더라도 서울시의회 앞에서 하는 세월호 기억공간 시민기억식 4월 16일 (일) 오후 4시16분에 참여하여 진상규명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서로서로 토닥이고 다독여 주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맞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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