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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2023년도 예산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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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2023년도 예산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2.12.16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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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고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한 바퀴만 구르고 끝나진 않는다. 한 바퀴 뒤에는 두 바퀴가 있고, 두 바퀴 뒤에는 세 바퀴째의 변화를 맞게 되는 게 세상 이치다. 따라서 이 순간만 참고 나면 다음 순간은 또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아무 곳에도 숨을 곳이 없는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비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23년도 예산이 칼춤을 추는 모양이다. 마을공동체사업, 사회적경제지원사업, 혁신교육지구사업 등등이 뭉텅이로 예산에서 잘려나가거나 그리 될 예정이라고 한다. 애써 그런 처사의 부당함을 설득하고 있지만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과 시장 및 구청장은 이런 예산 때문에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을 하신 모양이다. 특히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시민단체가 운영법인으로 해당 사업을 위탁받거나, 중간지원조직으로 들어가 예산에 영향을 미치며 국고를 탕진해왔다는 것이다. 

실상은 정말 어땠을까? 그동안 계속 이런저런 센터들이 생겨나고, 그런 곳에 갑자기 누군가가 발탁되어 일하는 것을 적지 않게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갖가지 사람들이 나타나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으로 세상에 주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좋은 일도 있었고, 별로인 것도 있었으나 모두가 삶의 빈틈을 메우고자 애써 온 것이니 특별히 더 낭비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선명하게 떠오른 기억 하나는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사회적 경제 혹은 혁신교육지구사업 등등이 처음에는 적지 않은 비판을 받으며 시작되었던 사업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사업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정책가의 비전이 시민 일반에 분명하게 공유되는 일은 쉽지 않아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잘 지원하지 엉뚱한 일을 또 벌인다"는 볼멘소리가 늘 뒤따랐다.

그것을 현실에 맞게 싹을 틔우고 길러내는 일은 구민 혹은 시민 일반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비로소 이루어진다. 특히 사업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민 일반이 더욱더 그 분야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 변화의 진폭은 훨씬 넓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일정한 임계점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그것을 어느 정도 있어야 할 제도나 문화 정도로 간주하게 되는 것 같다. 

구로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사회적 경제 혹은 혁신교육지구사업은 막 이 임계점에 도달했거나 혹은 그를 막 넘고 있는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은 어찌어찌 내 것으로 끌어안고 어느 정도 손질을 막 끝내고 한 끼 먹어보려던 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날아갈 판이다. 그리고 "날릴 때는 시원하게!"를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인지 날리는 김에 학교의 기본운영비 등의 기초적인 예산도 모두 날려버린 모양이다. 그리곤 다른 것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곧 있어 보라, 이것은 이런 이유로 저렇게 써야 하고, 저것은 저런 이유로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교육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든 학교 기본운영비가 부족하면 그것을 충당하는 데 우선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 무슨 이름을 달고 오던 현장에서는 그렇게 쓰였다. 꼭 필요한 구멍을 메우고 싹을 틔우는 심정으로 사업을 대해왔다. 그것이 어떤 사업이든 말이다. 

<성태숙님은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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