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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강씨앗] 가을, 다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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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강씨앗] 가을, 다래를 만나다
  • 김근희 상임대표(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 승인 2022.09.30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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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의 풍요를 즐기자. 

얼마 전 요즘 찾기 힘든 다래를 발견했다. 너무나 반가워 딱 하나 남은 것을 얼른 구입했다. 30여년 만에 본 다래였다. 서른 살이 넘은 아들이 처음 본단다. 당연하다.

다래를 사왔다고 말하고는 다른 일을 하느라 냉장고에서 꺼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사이에 궁금한 아들이 물어보기에 모양과 맛을 설명했다. 키위랑 똑같이 생겼는데 겉에 털이 없고 매끈하여 깍지 않고 먹을 수 있고 대추만 하다. 익은 상태에 따라 살짝 새콤하거나 좀 더 달다고. 다래를 처음 본 아들은 키위랑 정말 똑같다며 신기해했다. 

전에 마지막으로 다래를 본 것이 오대산에서다. 지쳐 힘들게 오르면서 발견한 거라서 선물 같았다. 늦가을이라 거의 다 떨어지고 없는데 몇 개 남아 있으니 귀하고 귀했다. 일행이 하나 씩 따먹으며 맛있다고 소리 지르는 것 말고는 표현이 어려웠다. 농익어서 어찌나 달고 싱그럽던지. 어렸을 때 '촌 아줌마'들이 남의 가게 앞에서 대야 하나 놓고 팔던 것을 사 먹곤 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만난 거다. 

다래는 가을이 되도 못 본지 오래 됐다. 왜 안 보였을까. 다래는 재배하지 않고 산에서 따는 채집 음식인데, 지금의 산에는 적은 걸까? 먹는 게 흔하니 힘들게 산에까지 가서 따오지 않아서일까? 

이번에 구입한 다래는 채집한 것인지 재배한 것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다래도 복분자처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예전처럼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음식을 하면서 생각한다. 매일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사실 따져보면 먹고 있는 식품은 몇 가지 안 된다. 계절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1년 동안 먹고 있는 음식이 100가지가 안 되는 것 같다. 원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훨씬 많았는데 말이다. 

딱 그 계절에만 나는 음식을 다양하게 챙겨 먹으면 먹는 식품의 가지 수가 더 많아지고, '종 다양성'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가을엔 먹을 게 많다.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풍성하다. 뭍에 나는 곡식이며 채소, 과일 뿐 아니라 바다생물들도 풍성하다. 요즘 워낙 물가가 올라 그런 느낌이 없지만 예전 같으면 봄철보다 가을에는 물가가 내려가는 게 보통이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춥고 먹을 게 많지 않은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라서 자연에도 풍부하고 몸에도 비축해 두는 시기이다. 가을에 살이 쪘다가 봄이 되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계절 먹을 게 많으니 실감나지 않고 겨울에 소박하게 먹지 않을 거면 가을에 몸에 많이 비축해 두면 곤란하다. 

그러면 가을에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겨울 내내 먹을 거라도 이 가을에 막 난 것을 지금 먹자. 또 이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것도 다양하게 챙겨 먹으면서 가을의 풍요를 만끽하자. 양은 적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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