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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피어나는 따뜻한 마을, 그 마을 속으로 나는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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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피어나는 따뜻한 마을, 그 마을 속으로 나는 들어갑니다
  • 김재희(구로구마을자치센터 마을지원활동가)
  • 승인 2022.09.2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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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개봉동에 살고 있는 자식과 함께 살기 위해 부모님이 이사를 오셨습니다. 낯설고, 지인이 없어 주로 집에만 계시는 외로운 날들을 보내셨습니다. 저는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우연히 동네 게시판에 노년이 행복한 마을살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니어마을살이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는 분들이 없다며 어색해하시면서도 강좌 첫날, 나들이 가는 것처럼 차려입고 상기된 얼굴로 고척동마을회관으로 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부모님은 좋은 이야기를 듣고, 재미난 퀴즈를 풀고, 즐겁게 요리도 하면서 같이 참석한 분들과 대화도 나누시며, 오랜만에 실컷 웃으며 즐거웠다고 하셨습니다. 

충북 괴산의 산막이길과 여우숲 마을공동체 탐방도 그 중 하나였는데, 숲카페며 생태체험, 목공 등을 마을주민이 함께하며 공동체를 하는 것이 참 좋아보였다고 하셨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언덕이나 오르막이 힘든 어머니를 옆에서 가까이 케어해 주며 끝까지 살펴주는 일행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고마우셨는지, 다녀오신 후에도 자식들에게도 몇 번씩 얘기하셨습니다. 이웃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오래 알던 사람들처럼 편하게 대해 주는 분들과는 동네친구가 되셔서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십니다. 마을살이는 동네친구가 생기는 것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저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예전부터 틈틈이 봉사해왔던 작은 도서관 사서를 하며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학습동아리에서 만난 분을 통해 마을활동을 촉진지원하는 마을지원활동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강의를 듣고 동네친구를 사귀셨던 마을자치센터에서 활동하는 것이라 호기심과 기대도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하기에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만으로 금세 소통하며 다정하게 대하고, 친구가 되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저는 지금 구로구 마을지원활동가로 마을공동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25년 남짓 구로에 살면서도 우리 구로구에 고인돌 유적지며 정선옹주 묘가 있는지 몰랐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공동체 모임이 이렇게 많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마을지원활동가를 하며 지역을 다니고, 주민을 만나고, 관계가 넓어지며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하였습니다. 

조금만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니,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을 찾는 이가 있고, 기후변화에 대처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장이 있고, 우리 동네에 함께 사는 외국인이나 이주민과 낯선 문화의 이질감을 없애고 함께사는 마을을 위해 상호문화를 배우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따뜻한 동네에서 함께 자라고 배우면서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도심지에서의 마을이라는 단어가 낯설기는 하지만, 내 아이, 옆집 아이를 함께 키우며, 내가 아플 때 챙겨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삭막한 도시가 아닌 포근한 마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마을지원활동가로서 주민소통과 관계형성을 위해 마을소통모임을 매달 하고 있는데, 지난달 소통모임에 셋째 아이를 임신하신 분이 나오셨습니다. 무거운 몸으로 두 아이 챙기려니 몸과 마음이 힘들어 많이 우울하다는 한마디에 누구 한사람 가릴 것 없이 일제히 힘내라며 손뼉치며 격려해주었습니다. 순산하라는 덕담도 빠뜨리지 않고 말입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웃사람에게 자신의 출산을 응원받는다는 것은 공동체 활동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 한 동네에 가까이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웃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을살이를 꿈꾼다는 반증은 아닐까요? 

마을지원활동가를 하며 조금 힘들거나, 간혹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쌓여 이웃과 이웃이 연결되고 마을이 이루어지는 것에 제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 즐겁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나는 내일 또 그런 따뜻한 마을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저의 작은 참여가 더 나은 우리 동네, 구로구를 만들어 가고, 마을공동체가 계속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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