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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스마트폰 시대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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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스마트폰 시대에 이런 일이…"
  • 이상동 (주민, 구로3동),
  • 승인 2022.09.2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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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 구로3동으로 이사 온 나는 집에서 가까운 전통시장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젊은 고객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전통시장에서 만났던 상인들은 다들 친절하시고 물건가격도 근처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하여 금방 단골이 되었다. 

우리는 대형주전자를 전통시장에서 구매하기 위해 9월 4일 오후 5시경 집을 나섰다. 나서는 도중 대형마트로 가볼까도 했지만, 명절을 앞두고 시장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냥 시장으로 향했다. 

스덴제품을 파는 가게가 보였고, 진열대에 주전자가 크기별로 진열되어 있어 매장에 들어가 제품들을 살펴보았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던 가게 사장에게 제품의 용량을 물어보았는데 사장이 본인은 모른다며 전혀 관심 없다는 투로 대꾸하는 것이었다. 

두 개의 다른 브랜드 주전자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비슷한 크기임에도 서로 가격 차이가 꽤 많이 났고, 사장은 제품정보를 모른다고 하기에 아내가 차이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 중이던 차였다. 

그때 사장이 이렇게 얘기한다. "이렇게 시장 와서 인터넷으로 가격 검색하고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 나는 그런게 제일 싫어."

가격비교가 아니라 제품의 정보를 모른다고 하여 차이점을 찾아보던 차였는데, 그 행위가 사장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간 기분이 상했던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 그 곳에서 물건을 살 마음이 사라졌고, 그대로 가게를 나오려고 했다. 가게를 나가는 우리 뒤통수에다 사장은 본인의 생각을 계속 어필한다.

"인터넷 그렇게 보고 있으면 알고 있어도 얘기 안해주지. 얘기해주기 싫어서 말 안 한거야."

사장은 물건 정보를 알고 있었는데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 이 부분이 화가 났고, 물건구매를 위해 시장까지 왔으며, 가격비교가 아니라 사장이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검색한 것이라 하니 되려 그것이 잘못되었다며 화를 낸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소리를 치며 시장에서 예의없이 행동하고 소상공인을 무시한다며 시장거리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당황하여 그곳을 떠나려는 우리에게 사장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고, 제 기분을 다스리지 못하고 욕까지 시전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그 길로 근처 대형마트로 가서 물건을 사게 되었고, 그 충격과 공포는 쉽사리 가라앉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다시는 전통시장에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시장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는 행위가 상인들 기분이 나쁘게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요새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지갑은 놓고 다녀도 스마트폰을 두고는 외출할 수 없는 지금 세상에 과연 전통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백번 양보하여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상인들의 기분을 건드리는 행위라 할지라도, 욕까지 곁들여 감정 표출하며 구매자를 응대하는 것이 과연 어느 나라 어느 동네에 허용될지 의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코로나19 및 각종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현행 휴업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상기 등장한 사장처럼 고객의 기본권리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욕설로 고객을 응대하는 소상공인들을 제도적으로 지켜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대형마트 등 그 어떠한 구매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전통시장에서는 버젓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의 생각과 행위가 옳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상인들 덕분에 오늘도 많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구로타임즈 사진 DB
구로타임즈 사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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