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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빗장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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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빗장 '꽁꽁'
  • 윤용훈 기자
  • 승인 2022.04.1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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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어르신들 문의·애로 속출 "숨통 틔워 달라"

4월 들어 기온이 20도 이상 오르는 초여름 같은 날이 이어지면서 구로구내 경로당 앞 벤치 등에는 어르신들이 밖에 나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기온이 20도 이상 오른 지난 12일(화) 오후도 천왕동 6단지 경로당 앞 벤치에 70~80대 어르신 여섯 명이 햇볕을 쬐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경로당은 오미크론변이 확산에 따른 정부조치 때문에 한 달 이상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지난 12일(화) 오후  천왕동이펜 6단지 경로당 앞 벤치에 70~80대 어르신 여섯 명이 햇볕을 쬐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 경로당 총무인 정준태 어르신이 촬영해 보내온 현장이다. 
지난 12일(화) 오후  천왕동이펜 6단지 경로당 앞 벤치에 70~80대 어르신 여섯 명이 햇볕을 쬐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 경로당 총무인 정준태 어르신이 촬영해 보내온 현장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이처럼 문 잠긴 경로당 앞에 왜 거의 매일 모이는 걸까.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는 정준태 어르신(77)은 "집 주변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경로당 앞 벤치에 찾아오고 있다"며 "친한 동네 어르신을 만나고 싶은데 어디 괜찮은 장소가 없어 이렇게 매일 비슷한 시간에 경로당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며 커피 심부름도 하고 있다"고 했다. 경로당에는 화분 물주기, 시설점검, 환기 등을 위해 혼자서만 출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 4일(월)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최대 10명으로 늘리고 식당 운영 시각을 밤 12시까지로 연장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완연한 봄 날씨로 식당, 카페 등 외식시설이나 문화시설에는 2030대 젊은 층이 몰려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경로당은 정부 지침에 의해 여전히 문이 꼭꼭 닫힌 상태다. 노인복지관 등 어르신 시설도 그동안 대면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대부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고, 급식도 대체식으로 또 다시 전환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경로당을 찾던 어르신들은 어디 갈만한 데가 없다며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어르신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정부의 지침이 해제되기를 기대하면서도 장기간 '집콕'을 견디다 못한 어르신들이 경로당 앞 벤치나 동네공원 등 동네 곳곳에서 '길거리 모임'을 갖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구로4동 구로리어린이 공원에도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어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공원에 나와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기구를 다루고 있고, 장기 바둑을 두고 있는 일이 일상의 모습이다. 밖이지만 경로당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스크가 답답해 벗거나 턱에 걸치기도 하고 아예 벗어 던진 어르신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구로4동 구립경로당 신광호 회장은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의 경우 집에서 TV와 씨름하고 있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며 "현 상황을 보니까 머지않아 경로당도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종전처럼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부분 개방을 하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특히 3차 접종을 마친 일부 확진 어르신의 경우 감기처럼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 경로당 내에서 취식만 하지 않고 마스크를 제대로 쓰게 하고 소독 및 환기를 자주하는 등의 관리만 잘하면서 경로당을 개방하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인회 구로구지회 함태호 회장은 "경로당 문이 언제 열리는지를 묻는 경로당 회장들의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제한해온 빗장을 하나하나 풀면서 유독 어르신 시설의 문을 닫게 한 정부의 조치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전하고 "어르신들이 코로나 고위험 군이라고 무조건 이용시설을 제한하기 보다 어르신입장을 살펴가며 보다 세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로구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이해하지만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부의 조치기 내려오질 않아 어쩔 수없이 경로당 및 시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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